▲ 정기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은 시작에 불과했다. 국민의 요구는 더욱 엄중해졌다. "대통령 즉각 퇴진" "김기춘·우병우 구속" "새누리당 해체" "재벌 구속" 같은 구호가 청와대를 향했다.

지난 10일 오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 80만명이 모였다. 지역에서는 24만명이 모였다. 영하의 강추위에도 100만명이 넘는 촛불민심이 또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비상국민행동은 "12·10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명명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행진을 허가했다.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에서 효자치안센터와 자하문로16길21 앞, 삼청로 방향의 126맨션까지 세 갈래로 나뉘어 청와대를 포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7시간, 단 한 명도 안 구한 박근혜 구속수사" 피켓을 들고 효자로 행진대열 선두에 섰다. 전날 국회에서 탄핵 표결을 지켜봤던 단원고 2학년1반 유미지양의 아버지 유해종(56)씨는 "가족들 가슴속에 맺혔던 응어리가 어제서야 조금 풀렸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의 첫발을 뗀 것이어서 기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께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본행사에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탄핵안 가결은 국회의 승리가 아니라 추위를 뚫고 모인 촛불의 승리"라며 "박 대통령이 제 발로 내려올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차 촛불집회 때 처음 시작한 '1분 소등' 행사는 이날도 진행됐다. 노동가수연합팀과 시민합창단, 시민들이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본행사 하이라이트였다.

시민들은 본행사가 끝난 뒤 오후 7시45분부터 청와대를 향해 두 번째 행진을 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막힌 행진대열은 그 자리에서 일제히 폭죽을 터트리며 박 대통령 퇴진과 부역자 청산,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향한 지난한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한편 박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반발도 거셌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애국보수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청계광장에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열었다. 이어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으로 몰려가 예술인들이 만든 조형물을 부수고 시비를 거는 등 마찰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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