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재단이 기금을 조성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처럼 재계서열 순위별로 목표액을 할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8일 한국노총이 청년희망재단에서 받은 2천만원 이상 고액기부자 명단과 월별 모금액을 분석한 결과다. 재단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자며 공개적으로 설립을 제안한 뒤 같은해 10월19일 공식 출범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그룹별 기부금 액수를 확인한 결과 재계서열 순으로 목표액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별 기부금 액수를 보면 삼성이 지난해 10월22일 이건희 회장 명의로 200억원을 입금해 가장 처음으로, 가장 많은 돈을 냈다. 고액기부자 명단에는 빠져 있지만 삼성 임직원들도 50억원을 기부해 삼성은 총 250억원을 재단에 냈다.

현대자동차는 나흘 뒤인 10월26일 정몽구 회장 이름으로 150억원을 기부했다. 마찬가지로 명단에는 빠져 있지만 현대차 임원들도 50억원을 각출해 총 200억원을 냈다. 이어 LG(70억원)·신세계 (65억원)·롯데(50억원)·GS(33억4천760만원)·한화(30억6천830만원)·두산(30억원)·현대백화점(24억원)·고려아연(23억원)·LS(22억4천250만원)·한진(22억원)·교보생명(21억원)·SK(20억1천500만원)·CJ(20억원)·효성(16억원) 순으로 고액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그룹의 경우 최창원 SK가스·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1억원을 낸 것을 제외하고 17개 계열사 대표 모두가 지난해 11월17일 각각 4천만원씩 기부했다. 한국노총은 "SK그룹 차원의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계열사에게 모두 같은 금액을 납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청년희망재단의 수입 현황을 보면 재단에 직접 기부된 금액이 1천26억원, 은행에 공익신탁된 금액이 428억원이다. 총 1천454억원이 모금됐다.

한국노총은 재단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재단이 한국노총에 보낸 자료는 고액기부자 명단과 함께 월별 모금액, 2016년 사업별 집행현황 요약본 등이다. 한국노총은 "보낸 자료가 요약본이어서 부실하다"며 "회계원장 수준의 지출내역과 거래업체명, 500만원 이상 기부한 공직자 명단, 재단 설립부터 현재까지 파견받은 공직자 담당업무와 활동비 지출 내역을 추가로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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