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및 교문위 소속 의원 주최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실태 증언대회.정기훈 기자

“아이들이 체육시간에 웃으면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9년을 버텼습니다. 이제는 매년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체육수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숙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국초등학교스포츠강사분과장의 말이다. 그는 교육공무직본부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연 ‘학교비정규직 그 실태를 말하다’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박 분과장 외에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사와 사서를 비롯해 다양한 직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을 가득 메운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동료들이 차별받았던 경험들을 쏟아 낼 때마다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한숨 쉬었다. 현재 초·중·고에는 기간제교원·강사·교육공무직원(교무·급식 등) 등 40만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교직원의 43%다. 배동산 노조 정책국장은 “학교 현장에서부터 상시·지속업무를 무기계약직으로 사용하는 원칙을 확립해 고용불안을 없애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 노동자 차별하는 '징글징글한' 학교”

인천 지역 학교에서 근무하는 급식노동자 이윤희씨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지독했다. 섭씨 40도가 넘는 급식실에서 이씨는 하루 평균 8톤에 달하는 식재료를 들고 옮긴다. 쉴 틈 없이 학생들의 식사준비를 하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이씨 시급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330원 높은 6천360원이다. 방학기간인 1월과 8월에는 급여가 나오지 않아 소득이 없다. 이윤희씨는 “우리는 반찬값 벌러 학교에서 일하는 게 아니다”며 “최저생계비도 못 주는 교육현장 저임금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경기지역급식조리분과장은 7년째 학교에서 급식일을 하고 있다. 노동자 1명이 150명 안팎이 먹을 급식을 만든다. 노동강도가 높다 보니 이씨는 수년째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출근을 하지 않는 방학 동안에는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는다. 이 분과장은 급식실 후드에 눌어붙은 기름때를 닦고 청소할 때면 다리가 떨린다고 했다. 올해는 인천지역 급식노동자가 후드 청소를 하다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이 분과장에게는 조리실무사라는 어엿한 직종 이름이 있지만 여사님 또는 아주머니라고 불린다. 그는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 차 한 잔”은 기본, 커피 얼굴에 맞기도

성지현씨는 용인지역의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행정업무를 한다. 각종 증명서를 발급하고, 급여를 지급하고, 연말정산·4대 보험 관련 일까지 도맡아 한다. 2009년 입사했을 때만 해도 급여 지급 업무는 성씨의 일이 아니었다. 정규직이 맡고 있던 행정업무까지 성씨에게 돌아왔다.

성씨에게 당연하게 시키는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커피·차 심부름이다. 그는 “업무 좀 하려 하면 손님 왔다고 차 한 잔 달라 신발장 정리하라 별의별 일을 다 시켜 정작 내일 할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중학교에서 과학실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선영씨는 과학 실험수업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전산실무원이 다른 학교로 가면서 전산업무와 행정업무까지 이씨가 도맡았다. 이씨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팀의 경기를 교내에서 방영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인터넷 트래픽 초과로 중계를 못 보는 상황이 발생하자 학교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주의 조치를 받았다.

중학교에서 소외 학생을 지원하는 교육복지사 갈홍엽씨는 학부모가 상담 중 뜨거운 커피를 얼굴에 끼얹는 일을 겪기도 했다. 갈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을 위해 새벽에도 전화를 받고 학생을 찾으러 간 적도 있었다”며 “교육복지사가 하지 않는 일까지 배정받는 바람에 업무 과중으로 학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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