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노동환경 실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무원도, 학교비정규직도 아닌 어중간한 신분이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 10명 중 1명은 기간제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전국 4만7천여명 수준이다. 전체 교원 48만9천여명의 10%가량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결과 기간제 교사 2명 중 1명은 담임을 맡고 있다. 학교 행정을 처리하거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교원평가도 받는다. 정규 교사와 업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처우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서울중앙지법과 2013년 5월 서울고법은 기간제 교사들도 교육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잇따라 판결했다. 이후 정규 교사가 받는 성과급을 기간제 교사도 받게 됐다. 하지만 대법원이 2년 넘게 판결을 내놓지 않으면서 기간제 교사의 법률적 지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애매한 신분이 노조가입 어렵게 해

명확하지 않은 법률적 지위는 기간제 교사들의 자발적 처우개선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근거로 이들은 전국교직원노조 등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지만 집단가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교조에는 현재 10여명의 기간제 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전교조가 정부로부터 계속 탄압을 받으면서 현장 기간제 교사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서 학교장 등 관리자로부터 찍히게 될 경우를 회피하려는 분위기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신분인 것은 명확하지만 학교비정규직노조 등에 가입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학교비정규직노조에는 유치원 강사를 하다 기간제 교사로 근로계약을 변경한 일부 교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최근 노조는 해당 교육청에 기간제 교사 처우 개선 문제를 두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사용자는 해당 학교 교장이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학교장이 기간제 교사 채용 권한이 있기 때문에 재계약 거부를 우려해 선뜻 교섭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간제 교사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 모임인 비정규직교사협의회는 2013년 학교비정규직노조 가입·독립노조 건설·전교조 가입 등의 조직 진로를 모색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처우개선→고용안정 잇는 정책 필요

불안한 고용과 불명확한 신분은 기간제 교사들의 교권을 추락시키고 정규 교사들과의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민정 비정규직교사협의회 대표는 "교권 침해 문제에 기간제 교사들이 더 취약하다"며 "훈계를 할 때 학생들이 '기간제는 스페어 타이어인데 왜 그러시냐'고 반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간제 교사는 고용 불안 문제가 있어서 학교 눈치를 보기 때문에 안 좋은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를 두려워한다"며 "정규 교사는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이나 교육당국에 강하게 항의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그냥 넘어가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교사들과의 갈등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불안한 신분 탓에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 교사들이 기피하는 학교 행정업무나 학생생활지도, 시도교육청이 강행하는 정부 정책 업무에 내몰린다. 전교조 관계자는 "현장 교사들이 동의하지 않은 정책을 기간제 교사가 담당하면서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들이 이를 두고 반목하기도 한다"며 "고용불안이 기간제 교사들을 일상적 차별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기간제 교사 고용불안·차별해소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정규 교사 확대를 통한 기간제 축소를 꼽고 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기간제 교사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그 경우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도록 정부가 강력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나아가 정규 교사 확대를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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