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교사 자녀의 결혼 축하 떡을 돌리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 떡을 돌리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조리원 1명이 아이들 150명분의 요리를 하고, 식사준비·배식·설거지·청소까지 한다. 온몸에 골병이 들어도 대체인원이 없고, 살기 위해 버틴다. 쉼 없이 일을 하지만 월 기본급은 150만원 정도다. 방학 중엔 임금도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은 있지만 여전히 학교에는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 저임금과 상시적 고용불안으로 그 처우는 가장 열악한 실정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방치하면서 안정적인 교육을 바랄 수는 없다. 대통령이나 교육감이 열흘 이상 자리를 비워도 교육은 끄떡없지만,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하루만 일손을 멈추면 교육도 멈춘다.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의 역할과 노동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은 학교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올해 6월 총파업에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교육청과 학교장의 '갑질' 근절대책 마련, 성실교섭 대책 마련, 비정규직 차별 상징인 상여금 100만원 지급, 무기계약 고용원칙 확립과 기간제 근무자 무기계약 전환(전일제 강사직종 포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산별교섭 진행, 교육공무직법 제정”을 요구했다.

정규직인 공무원은 연평균 약 200만원의 정기상여금을 주지만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시·도 교육청이 대부분이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방학 중에는 근무·비근무자로 나뉜다. 방학이 속한 달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심각한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육아휴직 기간은 정규직이 3년이지만 비정규직은 1년이고, 유급병가 기간은 정규직이 60일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대부분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2012년 총파업을 통해 그래도 과거에 비해 일정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이뤄 냈지만, 아직도 학교현장에서 사용자 갑질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지난달 총파업을 앞두고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파업 참가예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리원들에게 “오늘부터 원칙대로 하겠으니, 오전 8시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바닥을 닦으라”고 지시하고, 조리원들이 바닥을 닦자 그 다음날은 급식실 식당의 식탁 다리를 다 닦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조리원들이 느끼는 심정은 “학교가 군대냐”는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하자 부당한 업무지시를 중단했다.

이러한 행태는 노동 3권 침해 이전에 학교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복종과 굴종을 강요하는 명백한 갑질이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갑질에 단호히 맞서고 사회적 지위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총파업 투쟁을 택했다. 세상에 맞서도 깨지지 않는 ‘을’들의 힘은 총파업과 단결투쟁에서 나온다.

더불어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하려면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학교비정규직의 임금과 처우 등을 전국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만으로는 지역 간 편차나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전가와 소규모학교 통폐합, 교육 구조조정, 교육재정 악화에 교육단체와 교직원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 등 교육주체들,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공동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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