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이길 때까지 싸운다는 것을 정부와 20대 국회에 전하러 왔습니다. 정규직이 받는 상여금의 절반인 100만원도 못 준다네요. 정부는 두고 보십시오.”

뙤약볕이 쏟아지는 지난 18일 오후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이 국회를 향해 일갈했다. 노조는 이날 학교비정규 노동자 차별 해소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오후 1시30분이 되자 노란색 노조 소속 지부 깃발 아래 "비정규직 차별철폐"라고 적힌 분홍색 조끼를 입은 여성노동자들이 국민은행 앞으로 모여들었다. 조합원들은 선캡과 양산으로 햇볕을 막았다. 이들은 "정규직이 받는 정기상여금을 학교비정규 노동자에게도 달라"고 외쳤다. 국민은행 앞 인도를 채운 500여명의 조합원들은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고 입을 모았다.

"상여금이라도 받아야 방학 때 가계 꾸려"

“비정규직인 우리 행복합니까?” 노명순 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니오”라는 조합원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노 부지부장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을 받아야 하냐”고 호소했다.

전북지부 조합원 송순자씨는 7년째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사로 일하고 있다. 월급 151만원을 받는 그는 방학이 돌아올 때면 걱정이 앞선다. 방학 때는 일을 하지 않아 급여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4인 가구인 송씨는 방학이 되면 평소보다 장을 덜 보면서 생활비를 아낀다. 방학 때 무급인 그에게 정기상여금 100만원은 방학 한 달을 유급처럼 보낼 수 있는 돈이다. 송씨는 “정기상여금을 도입하자고 하면 도교육청은 예산 타령만 한다”며 “재정이 없어 못 주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 안 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1년에 한 번 100만원의 상여금을 받으면 급여를 못 받는 방학 때 조금이나마 가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중학교에서 행정업무를 하는 대구경북지부 조합원 김은경씨는 정규직 교직원들과 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급여는 절반밖에 안 된다. 무기계약직인 김씨는 “가끔 교장선생님 커피도 탄다”고 토로했다.

"20대 국회는 학교비정규직 차별 개선하라"

2014~2015년 교육부 자료(교직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교직원 87만명 중 학교비정규 노동자는 37만9천여명으로 43%를 차지한다. 교사가 43만8천여명(51%), 공무원이 5만3천여명(6%)다.

전체 교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받는 연간 200만원의 정기상여금을 받지 못한다. 노조는 “교육현장은 평등해야 하지 않겠냐”며 “국회는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예산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특히 “학교비정규직의 신분과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교육공무직법을 제정해 학교비정규 노동자가 학교의 한 주체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소야대 국회가 되니까 200여명의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됐다”며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대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전남·울산을 비롯한 9개 지역에서 상경한 조합원들은 광주전남지부 풍물패 ‘두리패’와 율동패 ‘마약댄스’의 공연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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