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도의 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A씨의 2012년 초과근무 세부내역. 4월 중순부터 출퇴근 시간이 5분 단위로 기록돼 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집배원의 출퇴근 시간이 조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의 출퇴근 시간은 임금·초과근무수당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집배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적어도 3년간 임의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퇴근 기록을 관리하는 정부 온라인 시스템에서 개인기록이 두세 차례 바뀐 증거가 잡힌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중앙인사정책지원시스템과 표준인사관리시스템을 아우르는 온라인 'e-사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e-사람 시스템을 통해 공무원 인사를 관리한다. 담당 부처는 안전행정부다.

공무원들은 e-사람 사이트에 개인 아이디로 접속해 출퇴근 시간을 등록(보고)한다. 집배원도 소속 우체국에 마련된 컴퓨터에 출퇴근을 등록한다. 컴퓨터가 직원에 비해 적은 우체국에서는 출퇴근 시간 집배원들이 컴퓨터 앞에 줄을 서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8개월간 5분 단위 칼 같은 출퇴근?

충청도의 한 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 A씨. 그는 자신의 2012년 초과근무 세부내역을 e-사람에서 확인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같은해 4월 중순께부터 12월까지 자신의 출근시간이 5분 단위로 기록된 것이다. 이를테면 4월 중순부터 12월까지 8개월간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30분·7시40분·7시45분 등 대부분 5분 단위로 기록됐다. 퇴근시간도 5분 단위로 끊겼다.

A씨는 "내가 로봇도 아니고 출퇴근 시간이 어떻게 5분 단위로 매일 똑같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조작되기 직전인 그해 3월31일 출근시간은 오전 7시49분, 퇴근시간은 오후 3시51분이었다.

e-사람 출퇴근 현황 시시각각 변경

경상북도에서는 출퇴근 시간 조작 정황이 보다 확실했다. 집배원 B씨는 올해 4월14일 퇴근길에 e-사람 컴퓨터 화면에 출력된 이날 자신의 출퇴근 내역을 사진에 담았다. 오전 7시59분에 출근해 같은날 오후 7시3분에 퇴근했다.

이틀 뒤 e-사람을 확인하던 B씨는 당황했다. 4월14일 출퇴근 시간이 각각 오전 8시와 오전 9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4월15일 출퇴근 시간도 각각 오전 8시와 오전 9시였다. 기록상으로는 이틀간 출근한 뒤 1시간 만에 퇴근한 셈이다.

그런데 4월17일 다시 확인했을 때는 시간이 다시 바뀌었다. 4월15일 출근시간이 오후 7시, 퇴근시간이 오후 8시로 변경된 것이다.

더군다나 4월 말 전체 초과근무 세부내역에 기재된 출퇴근시간은 또 달랐다. 같은달 14일 출퇴근은 각각 오전 8시와 오후 6시로, 15일 출퇴근은 오전 8시와 오후 7시로 기록돼 있었다. 14일의 출퇴근은 2번, 15일 출퇴근은 3번 조작된 것이다. A씨처럼 시간은 5분 단위로 떨어졌다. 해당 우체국에서 일한 집배원 대다수가 그랬다.

안행부·우정사업본부 "시스템상 조작 불가능"

e-사람 시스템 업무를 담당하는 안행부 관계자는 "업무마감을 못해 개인이 퇴근시간 지정을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출근시간은 한 번 지정하면 다시 바꿀 수 없다"며 "관리자라도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변경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 로그를 확인하면 어떤 아이디로 어떤 IP에서 출퇴근을 지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출퇴근이 조작된 주장과 정황을 알려 주면 시스템을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출퇴근 시간 조작이나 변경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 직원이나 집배원 등이 출퇴근 사전·사후신청을 못했을 경우 처리해 주는 관리직원이 우체국에 있지만 이들이 임의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정사업본부는 e-사람 시스템을 사용만 할 뿐 접근 권한은 안행부에 있다"고 해명했다.

e-사람 시스템에서 출퇴근 시간 조작이 이뤄졌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근로시간을 조작해 임금과 시간외 수당에서 손해가 발생할 경우 근로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e-사람에서 출퇴근 위작·변작을 한 사람은 형법의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위반 혐의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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