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들이 명절 때마다 과중한 업무로 사고를 당하고 있는데도 우정사업본부가 별다른 안전대책을 내놓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우정노조에 따르면 전남 고흥 두원우체국 소속 집배원 이아무개(59)씨가 추석 우편물량 특별소통기간 중이던 지난 1일 배달업무 중 도로 옆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집배원 사고는 명절 특별소통기마다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2011~2013년 우체국 안전사고 발생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특별소통기간(9월2~17일) 동안 집배원 15명이 배달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소포 무게를 못 견딘 이륜차가 넘어지는 등의 사고로 늑골 골절과 인대 파열 같은 부상을 당했다.

같은해 설 특별소통기간(1월28일~2월9일)에도 집배원 11명이 다쳤다. 2012년 추석 특별소통기간이었던 9월26일에는 경기 화성우체국 소속 집배원이 배달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승합차에 치여 사망했다.

황문영 노조 복지국장은 “특별소통기에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업무시간이 길어지고 겸배(결원 몫을 대신 배달)까지 늘어난다”며 “시간 내에 빠르게 배달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각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명절 특별소통기간의 집배원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5.8시간으로 평소(10.8시간)보다 5시간 늘어난다.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대책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았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추석 특별소통기간(8월22일~9월6일) 동안 평소의 2.5배가 넘는 1천432만개의 소포·우편물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책은 추가인력 1천800명 투입, 차량 2천200여대 동원뿐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추석 특별소통기간에도 추가인력 2천490명 투입, 차량 2천200여대 도입에 그쳤다.

황 국장은 "우정사업본부의 대책은 새롭지도 충분하지도 않다"며 "정부와 우정사업본부가 나서 인력충원과 집배원 장비 개선, 실질적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20일까지를 이아무개씨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조합원 안전교육과 인력확충 요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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