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노동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동과 세계

KT와 함께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서비스·케이블방송에 이어 거대 통신업체에서도 위장도급과 협력업체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과 ‘통신·케이블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설립을 발표했다.

두 지부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에서 인터넷 선·전화·IPTV의 개통·AS·철거·영업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설립된 두 지부의 조합원수는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노조는 “설립 이후 가입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조만간 각각 1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91개 고객센터에 4천500여명, LG유플러스는 70개 센터에 3천여명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두 기업은 본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삼성전자서비스·씨앤앰·티브로드에 비해 다소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원청과 고객센터가 도급계약을 맺는 일반적인 형태도 있지만, 원청과 고객센터 사이에 중간업체가 끼어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확인된다. 같은 협력업체 직원이라도 협력업체 정규직이 있는 반면 개인 도급계약이나 소사장제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력업체 정규직이 아니면 4대 보험을 거의 적용받지 못한다. 업무에 필요한 유류비·통신비·자재구입비·장비분실비를 자비로 부담하고 고객불만 신고에 따른 급여삭감 사례도 눈에 띈다.

원청의 지시에 따라 작업일정과 업무배정이 결정되고, 원청에 의해 개별직원의 성과등급이 정해지는 등 위장도급 소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두 회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실태 조사를, 이달 말에는 위장도급 여부에 대한 법리분석 결과를 발표한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노조결성 과정에서 원·하청 사용자들이 탈퇴를 협박·회유한 사례가 많았다”며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원청이 실제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법적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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