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재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제2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삐걱되고 있다. 노사정 모두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전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노사 간 이견이 커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근면위는 지난주 3일·5일·7일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타임오프 한도 재의결을 시도했다. 한국노총은 현재 조합원 규모에 따라 11구간으로 나눠져 있는 타임오프 한도를 6구간으로 축소하자고 요구한 반면, 사용자측은 되레 17구간으로 세분화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표 참조>

한국노총 "세분화한 구간 축소해 노사에 맡기자"

한국노총은 현행 타임오프 한도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는 입장이다.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타임오프 한도가 1천시간(전임자 0.5명) 이내부터 최대 4천시간 이내(전임자 2명)까지 나눠져 있는데, 이를 1개 구간으로 축소해 노사 간 자율교섭의 여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2010년 타임오프 고시 부칙에 따라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가중치를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지부나 지점·영업점 등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경우 30%의 할증가산을 부여해 타임오프 한도에 추가시간을 주는 것이다. 교대제 사업장 역시 30% 할증가산이 필요하고, 전체 종업원을 대표해 노조 역할을 하는 경우 10%의 할증 가산을 요구했다. 또 복수노조 사업장은 노조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타임오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모든 노조의 조합원수를 합산해 타임오프 한도를 부여하고, 각 노조별 사용기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사측 "1천인 이상 대기업 타임오프 대폭 줄여야"

반면에 사측은 타임오프 한도 구간을 더 세분화하라고 주장했다. 사용자 요구안에 따르면 조합원수 1천명~4천999명 규모의 사업장은 현행 2개 구간에서 4개 구간으로 늘어난다. 조합원수가 1천명 늘 때마다 타임오프 한도가 2천시간씩 늘어나는 방식이다. 또 5천명~9천999명 사업장은 최대 1만5천시간을 기준으로 조합원 1천명이 늘 때마다 1천시간씩 추가하는 형태로 세분화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의 재정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다. 이 보다 규모가 큰 1만명~1만4천999명 구간과 1만5천명 구간에는 현행보다 타임오프 한도를 20% 축소한 2만2천시간, 2만8천시간을 각각 제시했다.

사측의 요구안대로라면 조합원수 1천명 이상 노조의 경우 현재보다 유급 전임자를 최소 1명, 최대 4명까지 더 줄여야 한다.

공익 "전국분포 사업장 가중치 부여 긍정적"

공익위원들은 올해 실태조사 결과 조합원수 50명 미만 사업장의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고, 소규모 사업장의 타임오프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 1천시간 이내로 규정한 한도를 100인 미만 사업장 2천시간 이내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전국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는 노조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외 교대제 사업장 등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상은 이런 범위에서 타임오프 한도 재고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사측이 1천명 이상 사업장 구간 세분화를 요구하면서 공익위원 내부에서도 전국분포 사업장 가중치 부여와 구간 세분화를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사·공익위원들은 7일 밤 늦게까지 의견조율을 시도했으나 사측위원들이 집단퇴장하면서 결렬됐다. 9일 현재 차기 회의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타임오프 협상은 공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진국 위원장 "ILO 불참…근면위에 전념"

한편 한국노총은 7일 오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타임오프 협상 경과를 보고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산별연맹 위원장들은 타임오프 협상이 노동계에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진국 위원장은 "ILO총회에 불참하고, 근면위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또 근면위 협상 타결 전에 반드시 중집을 개최해 합의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7일 오전에 열린 근면위 회의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나, 타임오프 협상 중단과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한 뒤 바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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