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 3년째 되는 7월1일을 앞두고 타임오프 한도를 재설정하려는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 3년간 적용했던 타임오프 한도가 노조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국 단위 사업장이나 교대제 사업장을 조직하고 있는 노조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올해 7월1일부터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적극 반영해 새롭게 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논의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태조사도 좋고, 논의일정을 앞당기는 것도 좋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타임오프 제도 시행 3년을 뒤돌아보고 법·제도 자체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타임오프 제도는 노조활동 보장을 위한 제도라기보다 활발하게 운영해 온 주요 노조들의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노조활동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노조활동 보장시간 등 노조활동을 위한 사용자의 편의제공 여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할 교섭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법령을 통해 그 상한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노사자율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의 부당한 개입이므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노조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 타임오프 하한을 전혀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오직 사용자만을 보호하는 법·제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기 위한 노사 간 교섭에서 사용자들은 사업장이 전국에 30개로 흩어져 있든, 24시간 3교대로 조합원이 번갈아 근무를 하든 간에 모든 특성을 무시하고 타임오프는 0시간부터 고시 한도 사이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타임오프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교섭시간을 빼놓고는 근무시간 중 단 한 시간도 노조간부들의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으로 협조해 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행법과 노동부 고시의 문언해석상 사용자 주장은 틀리지 않다. 그래서 단체협약이 없는 사업장 또는 단체협약은 있어도 타임오프 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사업장의 노조는 최소한의 기본적 유지·존속을 위한 노조활동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연결해서 타임오프 제도를 보면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돼 있는 사업장에 신설된 노조는 더더욱 고사 직전에 놓인다. 사업장에 적용되는 타임오프를 교섭대표노조가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설노조 설립 시점에는 이미 창구단일화가 완료돼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도 없고, 신설노조에 적용할 타임오프 협약만 별도로 체결하기 위한 교섭 가능성마저 가로막혀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타임오프 제도의 문제점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타임오프의 하한을 보장하는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는 단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니라 ‘사업장’으로 변경해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아울러 사업장 내 복수노조의 경우 각 노조의 유지·존속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현행법을 그대로 두고 노동부 고시를 변경해 보완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올해 7월1일부터 새롭게 적용할 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행법 조항을 그대로 둔 채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 국가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법·제도를 마련하고 사용자를 감독할 의무를 가진다. 그럼에도 노조법상 타임오프 제도는 현실에서 정반대의 취지로 운용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3권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타임오프 제도 자체를 손질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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