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와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2일 쌍용차 정상화인가? 또 다른 먹튀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김학태 기자

쌍용자동차와 마힌드라그룹이 신차·신형엔진 개발과 관련해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결정권한이 있는 쌍용차 사외이사들이 승인을 반대해 기술유출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은 금속노조와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쌍용차(마힌드라) 정상화인가? 또 다른 먹튀인가?’ 토론회에서 불거졌다.

사외이사들이 모두 반대한 계약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쌍용차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술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열린 쌍용차 이사회에서는 소형 SUV X-100(프로젝트명)과 1.6리터 신형엔진 개발계획에 대해 승인결정이 났다. 회의에 참석한 사내·외 이사 4명이 전부 찬성했다.

그런데 같은해 7월 열린 이사회에 상정된 ‘X100·엔진 개발계약, MOU 및 마힌드라와의 거래관련 부속계약 체결 승인의 건’은 회의에 참석한 사외이사 2명이 모두 반대했다. 신차와 신형엔진 개발에는 찬성했으면서 이와 관련한 거래에는 반대한 것이다. 2011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유일한 안건이다.

쌍용차의 경우 불법적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쌍용차와 마힌드라 간 거래와 관련한 안건은 사외이사에게만 심의·의결권이 있다. 이런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신차개발과 관련한 쌍용차와 마힌드라 간 거래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쌍용차는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안건과 관련해 분기보고서를 통해 “모든 거래의 계약관계를 구체화해 차기 이사회에서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신차·신형엔진 개발과 관련해 양측 사이에 무슨 거래를 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기술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사측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내용은 대외비라서 공시된 자료 외에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기술교류 조건·대가 애매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쌍용차와 마힌드라 간 계약 추진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해당 안건 승인을 반대한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단독 딜을 하는 것인데 기술교류의 조건 및 대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했다”며 “하지만 (계약서상) 여러 가지 조항이 애매해 사외이사로서 이 상태로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쌍용차의 경우 마힌드라와 함께 수출하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퍼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기술교류를 위한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계약조건에 쌍용차에 유리하지 않은 내용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기술교류 내용과 계약조건을 묻는 질문에 서 교수는 “아주 테크니컬(기술적인)한 내용이었고, 마힌드라측이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니 건강하게 봐 달라”고 요청했다.

“기술유출 막는 법률 제정해야”

쌍용차 주요 기술에 대한 유출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노동계 등이 나서 감시를 강화하거나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명기 한남대 교수(경제학)는 “상하이자동차는 물론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목적은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금속노조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함과 동시에 위원회 참가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준 투기자본센터 사무처장은 “마힌드라는 과거 포드·르노자동차와의 협력 과정에서도 자동차 기술을 불법적으로 유출한 전력이 있다”며 “현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이에 더해 중국·인도 등 신흥공업국 동종업체를 겨냥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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