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던 날. 잔뜩 껴입은 사람들이 법정 문을 나서는데, 그 표정을 읽느라 사진기자들이 바빴다. 유독 눈 붉은 사람이 있어 찰칵. 아차, 그는 배 짓는 사람이다. 남의 일에 울었다. 구석에 비켜서서 슬쩍 눈물 훔치는 사람도 보여 찰칵. 그가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다. 13년 오랜 기다림 끝에 울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헌법 27조3항은 말한다. 믿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죽어 간 사람이 많다. 국가 손해배상액 30억원이라고 적은 종이를 잘게 찢어 하늘로 뿌리고 나서야 그들은 웃었다. 여러 번 부둥켜안았다. 어깨 겯고 투쟁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100명이 공무원과 공무직 간 복지수당 차별 철폐를 요구하면서 28일 오후 국회 정문 앞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명절상여금, 가족수당, 맞춤형 복지비를 3년에 걸쳐 공무원과 같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4만여명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삭감대책 마련, 복지수당차별 철폐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구조조정 중단 △직무성과급제 중단 △ 공무직 법제화를 요구했다. 이날 학교비정규 노동자 8만여명,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지역난방안전 비정규 노동자 등이 파업했다.
바퀴 굴려 밥 버는 일이 굴레다. 한 푼이 아쉬운 게 부자 아닌 사람들의 숙명이니 그건 쉬이 멈출 수도 없는 것이었다. 차곡차곡 졸음을 번다. 필연 사고가 잦다. 화물차의 졸음운전 때문이었다고, 고속도로 위 수없는 사고의 원인을 진작에 규명했지만, 대책을 세우는 일에는 주춤거리는 동안 사고가 멈추지 않는다.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러니 참사로 여긴다. 먹는 일을 멈출 수도 없어 바퀴가 멈추질 않는다. 돌고 돈다. 밤새워 돈다. 갈 길이 멀고 멀다. 그러니 안전이 멀고 멀다. 한 날 화물차들이 줄줄이 섰다. 이들
겨울 앞 새로 꺼낸 두꺼운 솜이불 두 채를 빨아야 했다. 작은 집 살림에 욱여넣은 세탁기로는 어림도 없어 동네 빨래방을 이용했는데, 돌아오는 길이 문제였다. 탈수했는데도 물 잔뜩 머금은 이불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팔이 뻐근했다. 빨랫줄에 널기도 쉽지 않았다. 물이 참 무겁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비 오던 주말 서울 태평로에서 떠오르지 않던 대형 현수막이 떠올랐다. ‘노동개악 저지’ 구호 담은 그것은 빗물 잔뜩 머금어 무거웠던지, 커다란 풍선 네 개로도 꼼짝을 안 했다. 여러 사람의 노력에도 끝내 높이 솟지 못한 채 거기 모인 사람
학교비정규직노조 소속 학교급식실 노동자 20여명이 8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습시위를 하다가 국회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잇따른 폐암 발병과 인력부족 등 학교급식실 문제 해결을 국회에 촉구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여성노조는 교육부,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과 집단임금교섭을 진행 중이다. 교섭이 결렬되면 이달 25일 파업에 들어간다.
한때 온갖 초록빛 작물로 발 디딜 틈 없던 저기 밭이 휑하다. 미처 거두지 못한 무, 배추 얼마간이 남았다. 새로 심은 어린 마늘과 양파가 밭고랑 한쪽을 채웠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마당에서 노랗고 붉게 피어 흐드러진 온갖 꽃나무들은 진작에 비닐하우스 안 특별한 온실로 들어갔다. 겨울 앞이다. 주위 많은 것들이 색을 잃어 간다. 아빠 팔순을 맞아서 모였으니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공들여 일군 그 밭에 늙은 부부를 위한 작은 벤치를 가져다 뒀다. 풍산개 복슬이가 모여든 사람들을 반긴다. 찰칵, 화목이 꽉 들어찬 그 사진 속 사람들은
나뭇잎 하나둘 노랗고 붉어 어디든 가을은 참 예쁘다. 맑은 볕 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보고 있자면 속에서 들끓던 온갖 미운 감정도 바스락 부스러지는 모양이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그 길을 걷고 싶어지는 것이다. 잘 맞는 편한 신발 신고 어디든 길을 나서고픈 마음이 샘솟는 것이다. 가을은 참 예쁘다. 주야간 쉼 없이 돌아가는 빵 공장 앞길에도, 서울 강남땅 어느 높다란 본사 빌딩 앞 거리에도 틀림없이 가을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찾아온다. 시퍼렇게 맑은 하늘 먼 곳을 살피던 사람들 눈이 시큰거린다. 질끈 감은 눈꼬리가 젖
국정감사 시작하던 날, 저기 자동차 와이퍼 만드는 노동자가 푸른 수의에 가면 쓰고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 앉았다. 목소리 내내 높였다. 그 앞 지나는 국회의원들이, 또 기자가 보고 한 번 보고 묻고 찍기를 바랐다. 바람에 그쳤다. 애써 준비한 보람이 적었다. 눈에 띄기를, 말이 돌기를 바라는 일이 대개 그렇다. 지나던 카메라를 무척이나 반긴 이유다. 저 가면의 주인공은 인근 식당에서 국수 한 젓가락을 뜨던 참이었다. 전화받고 한달음에 달려 왔다. 노동부 건물을 무대 삼아 상황극을 선보였다. 외국자본의 먹튀 행각을 꼬집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조 대표자들이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법제화와 교육복지 예산 확대, 비정규직 임금차별 해소, 급식실 폐암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5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차종-품목 확대! 후퇴 없는 법안 통과 촉구!’ 3차 위험물운송 화물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언젠가 바람 많이 부는 선착장 앞에서 함께한 벗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얇은 티셔츠가 몸에 딱 붙어 배 불룩 볼품없는 내 몸매가 사진 속에서 적나라했다. 세상 환하게 웃던 표정이, 또 엉거주춤 우스꽝스러운 포즈까지 완벽한 이른바 굴욕 사진이었다. 나도 벗들도 그 사진을 보며 빵 터져 한바탕 웃고 말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진 찍힐 때마다 그 일이 생각난다. 표정과 옷매무새를 자꾸 신경 쓰게 된다. 망가진 제 모습이 사진에 담기길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여름철 땀 범벅에 얼굴빛 벌건 주변 사람 모습이나 화난 표정, 넘어지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말을 하느라 사람들이 오늘 또 비를 맞는다. 2009년 무더웠던 여름, 그렇게 기다리던 비 대신 하늘에선 숨쉬기도 어려운 2급 발암물질 20만톤이 쏟아져 내렸다. 경찰특공대 진압봉과 대테러 무기 테이저건이 그들 땀에 전 몸뚱이와 얼굴을 향했다. 상처를 남겼다.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날아들었다. 지금껏 멍에로 남았다. 경찰이 사과했고, 손배소 취하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통과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조금 더 늙은 모습으로 또 한 번 경찰청 앞에 섰다. 소 취하를 호소했다. 13년, 하루
이렇게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목구멍에 찬 말을 하는데, 말 길이 자주 꽉 막혀 저들은 그저 물처럼 여기저기 흐른다. 뭉치고 갈라지고 스며들어 떠돌던 사람들이 어디든 찾아가 집을 짓는다. 하늘엔 까치집, 땅에는 비닐 집을, 천장 있어 다행인 곳엔 발포 매트 집 짓고 머문다. 철창 집도 그 목록에 있다. 그게 다 말이다. 어찌어찌 찾은 확성기다. 곧 무너질 것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을 알면서도 저들은 집 짓기를 멈추지 않는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모래 다져 세운 집이 밀려드는 파도에 어느새 흔적 없다. 철썩
빵 굽던 사람과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한여름 지글지글 끓던 아스팔트에 철퍼덕 붙어 몸을 굽는다. 벌겋게 잘 익은 얼굴에서 떨군 땀방울이 그들 느릿한 오체투지 행진의 흔적을 한강대로 불판에 잠깐씩 남기곤 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흐릿했다. 그 길에 사람들이 아무도 웃지 않았는데, 제빵사 임종린이 다 엎어진 길에 혼자 삐죽 일어나서는 잠깐 웃었다. 내내 반 박자가 빨랐다. 전에도 그는 삐죽 먼저 일어나 밥을 오래 굶었다. 험한 길이다. 교차로 건너 잠시 쉬어 간다. 앉고 눕고 기대어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쉰다. 그들 곁에 딱
한여름 길에 모여 앉고 선 사람들은 바람이 좀 부는 걸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푹푹 찌던 날 저녁 퇴근시간 무렵이었는데, 해는 기울어도 땅이 식지 않았다. 땀이 줄줄 흘렀다. 서울 세종대로변 서울시의회 앞마당 컨테이너 하나 크기 세월호 기억공간 앞이다. 열기 탓인지, 넘어가며 누렇고 붉던 햇볕 때문인지 얼굴 벌겋게 물든 사람들이 목청을 가다듬고 나란히 서서 노래했다. 서울 어느 마을 어린이합창단이, 어쩌다 뭉친 노래모임 사람들이, 또 416합창단이 차례로 단상 없는 무대에 섰다. ‘아름다운 바람’이며 ‘보고 싶다’ ‘약속’ 처럼 제목
해가 저물고 낮 동안 달궈졌던 땅이 식었다. 바람 방향이 바뀔 때다. 그러나 거제조선소 미처 식지 않은 철판 위에 한 사내가 웅크린 채 꿈적을 안 했다. 사태의 향방을 알 길 없는 사람들이 난간에 기대어 큰 배가 머문 잔잔한 바닷물을 오래 살폈다. 철퍼덕 앉아 다 식은 찐 감자를 나눴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워 그라인딩 작업 소리를 듣다간 혀를 찼다.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수십년 롤러 질에 휜 손가락이, 그라인더에 패인 흉터 많은 손이 거기선 흔했다. 옆 블록에 올라 맞불 농성하던 정규직이 내려왔다. 불법파업 중단을 외치느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사옥 앞에서 공동교섭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 노조는 집회 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 조선 3사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공동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칠월, 치솟는 게 기온이라 사람들 얼굴에 땀이 솟는다. 줄줄 흐른다. 어느 놀이공원 물놀이 기구 아마존익스프레스라도 탄 것처럼 다 젖는다. 습도는 또 왜 그리 높은지 습식 사우나에 손님이 적다. 문 닫은 목욕탕 현관 앞에 대출상품 명함이 쌓인다.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하는 아이들 원성이 높아 나섰는데, 햇볕은 쨍쨍 길바닥은 절절, 부글부글 끓는 게 그 바닥만은 아니라 언성이 종종 높다. 쏴아 소리 내며 치솟는 분수에 아이들 함성이 따라 높았다. 그 순간 더없는 평화가 찾아왔지만, 물가에 선 어른들 눈 사이 주름이 펴질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