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춥던 날. 잔뜩 껴입은 사람들이 법정 문을 나서는데, 그 표정을 읽느라 사진기자들이 바빴다. 유독 눈 붉은 사람이 있어 찰칵. 아차, 그는 배 짓는 사람이다. 남의 일에 울었다. 구석에 비켜서서 슬쩍 눈물 훔치는 사람도 보여 찰칵. 그가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다. 13년 오랜 기다림 끝에 울었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헌법 27조3항은 말한다. 믿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죽어 간 사람이 많다. 국가 손해배상액 30억원이라고 적은 종이를 잘게 찢어 하늘로 뿌리고 나서야 그들은 웃었다. 여러 번 부둥켜안았다. 어깨 겯고 투쟁이라고 외쳤다. 배 짓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어 셀카를 제안했다. 이 기운 받고 싶은 마음을 고백했다.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 정년을 앞둔 사람이, 또 곁을 지켜 응원한 사람 여럿이 한 화면에 들어가느라 바짝 가까웠다. 목소리에, 표정에 기운이 넘쳤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도 좋아요가 넘쳤다.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누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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