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여름 길에 모여 앉고 선 사람들은 바람이 좀 부는 걸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푹푹 찌던 날 저녁 퇴근시간 무렵이었는데, 해는 기울어도 땅이 식지 않았다. 땀이 줄줄 흘렀다. 서울 세종대로변 서울시의회 앞마당 컨테이너 하나 크기 세월호 기억공간 앞이다. 열기 탓인지, 넘어가며 누렇고 붉던 햇볕 때문인지 얼굴 벌겋게 물든 사람들이 목청을 가다듬고 나란히 서서 노래했다. 서울 어느 마을 어린이합창단이, 어쩌다 뭉친 노래모임 사람들이, 또 416합창단이 차례로 단상 없는 무대에 섰다. ‘아름다운 바람’이며 ‘보고 싶다’ ‘약속’ 처럼 제목에 꾸밈이라곤 없는 노래들이었다. 파란색 간이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가다 멈춰 선 시민이 박자 따라 박수쳤는데, 다들 좀처럼 웃지는 않았다. 환호도 없었다. 그저 바른 자세로 앉고 서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중간중간 그들 하는 말에 귀 기울였다. 그러다 눈이 왈칵 붉어지곤 했다. 서울시의회 사무처의 기억공간 철거 방침에 맞선 행동이다. 퇴근길 문화제라고 이름 붙였다. 매달 넷째 주 수요일 오후 6시에 열린다. 거기 자리를 지키던 2학년8반 상준이 엄마가 마이크를 잡았다. 진상규명도 안 된 일을 자꾸 치워 버리려고만 하고, 눈에 안 보이게 하려고만 하면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광화문 리모델링 마친 곳에 304명의 자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여름, 길에 앉은 상준이 엄마는 참사의 진상을 모른다. 기억을 지우려는 일의 무도함을 잘 알아 말하면서 감정이 치받쳤다. 험한 소리를 꺽꺽 눌러 참느라 말이 자주 끊겼다. 그가 손수건 들어 닦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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