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법적 근거 없이 과거 실업급여 부정수급 이력을 이유로 무직 상태 노동자에게 실업급여 지급을 보류해 비판이 인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경우 정부가 급여 지급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정수급으로 문제가 된 실업급여에 한정해서다. 이후 새로 수급자격을 취득한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전 고지도 없이 입금 안 돼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공공근로에 지원해 일하던 김민지(가명·40세)씨는 지난해 6월 계약기간 종료로 실업급여 수급자가 됐다. 중학생 자녀를 혼자 키우는 그에게 130만원이 조금 넘는 실업급여는 숨구멍이다. 여느 때와 같이 지난해 12월20일 실업급여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웬일인지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관할 고용센터에 문의하니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때문에 지급이 정지된 것 같다는 설명만 들었다. 사전 고지도, 이후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조치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한 지방노동관서 관계자는 “지급보류는 행정처분은 아니기 때문에 행정절차에 따라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담당자마다 사안에 따라 지급보류 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부정수급액을 본인(수급자)이 원하면 상계할 수 있는데, 그걸 실업급여 담당 고용센터 직원과 부정수급 담당 조사관, 실업자와 말씀을 나누는 과정에서 마무리가 안 돼 지급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부정수급 처분이 됐지만 (수급자가) 12월20일 실업인정을 받은 것에 대한 실업급여를 받고 싶다고 하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자가 원한다면 지급보류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해 12월에 받을 예정이었던 실업급여로 부정수급 환수액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같은달 28일이에야 설명을 들었다. 그날 조사관이 부정수급액을 제때 내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계를 택했다.

또 부정수급할 수 있으니 못 준다?

최혜인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한 번 부정수급한 사람이니, 또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을 보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적 근거 없이 부정수급 조사관의 판단으로 지급 보류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보험법 61조(부정행위에 따른 급여의 지급 제한) 1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았거나 받으려 한 사람에게는 그 급여를 받은 날 또는 받으려 한 날부터 구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새로 수급자격을 취득한 경우 새로운 수급자격에 따른 구직급여에는 급여의 지급를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단서조문이 붙어있다. 과거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한 적이 있어도 10년간 3회 이상 부정수급으로 실업급여 지급 제한 등 법으로 규정한 경우가 아니면 미래 혹은 현재 실업급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민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이익을 침해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은 하고 나면 이 행위가 위법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바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실업급여 지급을 보류한다고 하면 그 기간에는 생계유지가 안 되고 급여가 없는 상황이 돼 그 자체로 침익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상용직·일용직 개념 몰라”

나흘치 잘못 신고했다가 ‘날벼락’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김민지씨는 절망을 느꼈다. 그는 이번이 생애 두 번째 실업급여 수급이다. 2021년 12월 일하던 미술학원 사정이 코로나19로 악화되자 2022년 7월4일까지 첫 실업급여를 받았다. 실업급여 종료 기간이 다가올 즘 계약직 공공근로 일자리를 얻었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했다. 문제가 된 부정수급 기간은 지난해 7월1~4일이다. 6개월 계약직 공공근로 일자리는 상용직인데, 김씨가 상용직과 일용직을 구분하지 못해 일용직 근로로 신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 실업급여 수급 중 상용직 지위를 취득한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

김씨는 “실업급여를 타는 도중에도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일용직 택배 알바를 했고 성실히 신고했다”며 “상용직과 일용직 개념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체크를 잘못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의신청을 제기해 다퉈볼 생각도 했지만 그는 결국 포기했다. 김씨는 “돈이 많아서 벌금을 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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