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대양그룹 계열사 대양판지 임직원들이 회사 주도로 복수노조를 만드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가 면접 대상자에게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사실상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당노동행위 유죄 판결을 받은 직원을 징계하는 대신 승진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민주노총 노조가입 여부 면접볼 때 확인했다”

13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대양판지 청주공장 인사노무부장 이아무개씨와 김훈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대양판지지회장 대화 녹취록을 보면 이씨가 ‘윗선의 지시’로 입사지원자에게 노조 가입 의사를 묻고 금속노조가 아닌 기업노조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훈 지회장은 면접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가 이러한 질문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지회 사무실에서 이씨와 대화를 나눴다.

이씨는 “민노(민주노총)에 대한 가입 부분을 면접 볼 때부터 확인하라는 거예요. 타 회사에 있을 때 노조 가입을 했는지부터 ‘관심 있다’거나 ‘노조에 가입했었다’ 이런 사람을 배제시키라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김(영규) 대표가, 물론 김 대표 개인 의견도 아니고 윤아무개 상무의 지시”라고 언급하며 “어쩔 수 없이 그걸 따르려고 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이는 재직자 A씨와 신입사원 면접을 본 B씨 간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23일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담긴 또다른 녹취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B씨는 “(면접 볼 때) 이씨가 ‘(노조에) 가입할 건지, 안 할 건지’ 물어보는데 ‘가입한다’고 하면 대양판지에 써 주겠냐”며 “‘노조에 가입하지 마라, 가입하려면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계열사 광신판지에서도
3년 전 “노조가입하지 마라”

대양판지 사측의 행위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공산이 크다. 노조법 81조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하려고 할 때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근로자가 특정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 노조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미 3년 전에 비슷한 사건이 대양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20년 10월14일 신입사원 채용면접 당시 녹취록을 보면 광신판지 임아무개 총무과장은 입사지원자에게 “금속노조가 파업해서 공장 존폐 위기가 왔다”며 “(노조에서 가입 권유시) ‘관심 없어요. 안 할래요’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광신판지 사측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화해로 종결됐다. 화해조서에는 “임 과장의 발언이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향후 유사한 방식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광신판지 사측에서 화해조서에 서명한 장본인이 대양판지 녹취에 등장한 윤아무개 상무다. 입사지원자에게 특정 노조 가입을 종용하는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비슷한 행위를 반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광신판지 안산공장에서 근무한 윤 상무는 2020년 3월23일부로 경인사업부 관리부문장에서 충청사업부 관리부문장을 겸직하게 됐다. 2021년 6월 청주지법에서 노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대양판지 청주공장 인사노무부장 이씨는 금속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일을 지시한 핵심 인물로 윤 상무를 지목했다. 이씨는 “신입사원 뽑을 때 윤 상무가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노조 문제 없는 사람이지?’다”라며 “어찌됐든 민노(민주노총) 인원보다 한노(한국노총) 인원이 많아야 한다, 이게 윤 상무의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단협상 징계 대상인데, 징계 대신 승진

대양판지는 2021년 회사 주도로 노조를 설립하고 금속노조 가입·활동을 방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노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직원(기업노조 임원)들을 승진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2022~2023년 대양판지 승진대상자 명단을 보면 2022년 박아무개씨는 대리에서 과장으로, 2023년 김아무개씨는 과장에서 차장으로 문아무개씨는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했다.<표 참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대전충북지부 대양판지지회에 따르면 취업규칙과 기업노조와 체결한 단협에는 “민·형사상 사건으로 1심 판결로 형을 확정받은 때”를 징계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징계 대상자 오히려 승진시킨 것으로, 사측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재발방지 노력을 하기는커녕 이를 옹호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회는 사측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윤상한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장(장성공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든 사든 불법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사측의 반복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왜 대책을 내놓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2020년 국정감사에 권택환 대표이사(현 대양그룹 부회장)가 증인으로 출석해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택환 당시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합법적으로 모든 것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부당노동행위 백화점’ 대양판지에서 무슨 일이

대양판지에서는 2020년 노조설립 단계부터 사측의 복수노조 설립 때문에 진통이 계속됐다. 대양판지 청주공장 노동자들은 2019년 10월 말께부터 금속노조 가입을 준비했다. 그런데 2020년 노조설립이 본격화되자 사측은 노조설립총회 하루 전날인 3월24일 회사 주도 노조를 세우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2020년 3월23일부로 충청사업부 관리부문장을 겸직하게 된 윤아무개씨는, 3월24일 청주공장 전무이사·공장장과 함께 직원들을 면담하며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말라’ ‘대화가 통하는 한국노총이 생기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이아무개 직원에게 노조설립을 지시해 청주시청에 노조설립 신청서를 제출했고 3월25일 대양판지청주공장노조(1노조)를 세웠다.

그런데 1노조는 규약상 조직대상이 청주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로 한정돼 있었다.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 조합원수가 1노조보다 많다는 점을 인지하자 가입 대상을 장성공장으로까지 확대하려고 규약변경을 청주시청에 신고했다. 청주시청은 총회 소집공고 하자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사측 관계자들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뺏길 위기에 처하자 3노조를 설립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아무개 당시 대양판지 상무는 김아무개 직원을 불러 기업노조 설립을 지시했다. 노조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총회를 개최한 것처럼 허위 회의록을 만들고 규약 등 서류를 준비해 3노조를 설립했다. 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설명회와 개별 면담을 진행해 “회사에서 노조 가입비를 내준다고 했다” “사측 노조에 가입해 줄을 잘 서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2021년 3월 3노조가 노조법을 위반했다며 설립신고에 대한 수리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양판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2022년 8월 항소심 재판부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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