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철 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장

대양그룹은 ‘복수노조’를 활용한 노조탄압으로 지난해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대양그룹 소속사인 ‘대양제지공업㈜’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자 ‘대양제지’에도 복수노조 설립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대양제지는 지난해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했다. 화재 초기 많은 이들은 조만간 복구될 것이라 예측했고, 노조도 조속한 복구를 기대했다. 하지만 화재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지난달 14일 회사는 “구조조정 및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관련 협의 요청”을 노조에 통보했다. 회사의 구조조정 시행 공고문은 노조의 거부로 게시되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 통보가 “전형적인 뒤통수치기”라며 “노조와해와 외주화, 비정규화를 노리는 회사의 꼼수”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회사 직원들은 6월 말까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과 회사의 휴업수당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 지원금이 끊기는 6월 시점에 맞춰 회사가 정리해고를 통보하려고 한 것은 조합원들을 휴직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또한 복구 과정에서 “외주화 및 인원 정리를 통한 노조와해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노조에 ‘조만간 복구될 것’이라는 언질을 계속 줬다. 이를 기대하고, 기다리던 조합원들에게 회사 방침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이럴 줄은 몰랐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노조는 4월25일 총회를 통해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노조는 총회 이후 회사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다. 회사는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차일피일 미루다, 고용노동부에서 ‘공고해야 한다’고 하자 마지못해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했다. 교섭대표노조 확정공고가 나간 상태에서 조합원 간담회와 교섭을 준비하던 노조에 지난 14일 집단탈퇴 움직임이 감지됐다. 17일 노조는 긴급 조합원 설명회를 개최했다. 조합원들은 자체 토론을 통해 ‘교섭 후에 탈퇴 여부를 판단하자’며 탈퇴를 유보했다. 하지만 설명회 결정을 뒤엎고 20일 갑자기 탈퇴서가 노조에 제출됐다.

집단탈퇴한 이들이 복수노조를 만들까? 회사의 개입이 있다면 틀림없이 그 길로 갈 것이다. 복수노조는 대양그룹의 노조탄압 단골 메뉴다. 하나가 안 되면 두세 개를 만들어서라도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한다. 대양그룹의 광신판지·대양판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무직원들이 회사에 친화적인 노조에 대거 가입해 과반수노조를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더구나 올해 초 대양제지 공동대표로 새로 임명된 이상천 대표이사는 노조탄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보워터코리아 경영총괄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용상 전 보워터노조 사무장은 “보워터의 탄압방식도 노조분열, 탈퇴서 제출, 기업노조 설립 등이었다”며 “재판 과정에서 이상천 대표가 여러 행태로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보워터코리아에서는 2007년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폭로됐다. 노조파괴 시나리오에는 △노조 내부 분열 전술 △반 집행부 세력 확산 △조합원 성향 분석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워터는 희망퇴직·정리해고·징계해고 등을 통해 조합원을 탄압했다. 비조합원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직장인 협의체를 만들고 직장인 협의체가 과반이 되자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합법화된 이후 기업노조로 전환했다.

이제 다시 고용노동부의 시간이다. 복수노조가 노조탄압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대양제지에서 또다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탄압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노동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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