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단


“권택환 증인은 어용노조 설립을 지시했습니까? 노동자의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고 조직으로 지배·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강은미 정의당 의원)

“그런 적 없습니다. (…) 현재 그 부분은 조사 중입니다.”(권택환 대양판지 대표)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대양판지에 회사노조를 만들어 노조의 자주적인 활동을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강은미 의원은 대양판지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특정 노조 가입을 압박하는 녹취록 7개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하지만 권 대표는 시종일관 “그런 적 없다”고 사실을 부인하거나 “현재 수사 중”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회사 관리자, 신입사원 면접장에서
“노조 가입하지 마라” 요구


그런데 권택환 대표가 국정감사 출석 하루 전날인 이달 14일에도 본인이 공동대표로 있는 계열사 광신판지에서 인사노무팀 관계자가 신입사원 면접시험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거나, 할 경우 특정노조에 가입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매일노동뉴스>가 25일 입수한 광신판지 신입사원 면접 녹취록에 따르면 인사노무팀 관계자는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 광신판지 3층 회의실에서 입사지원자에게 “금속노조가 파업해서 우리 공장이 존폐 위기가 왔다. 근무를 11시간씩 하는데 급여 300만~400만원 받던 분들이 연장근무를 못 하니까 회사에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기업별노조를 만들었다”며 “아무래도 경영진분들이 노조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입사하게 되면 양측 노조에서 ‘가입하실래요’ 할 수 있다. 모르는 상태에서 들으면 당황스러우니 힌트를 주는 것”이라며 “(지원자분은) ‘저는 별로 관심 없어요. 그냥 조용히 있을게요. 안 할래요’ 하면 된다”고 지시한다.

이 관리자는 “입사가 확정되더라도 노조 관련해서 설명한 것은 누설하지 마라”고 하면서도 “만약 가입을 하게 되면 (교섭)대표노조에 가라. (대표노조에) 안 간다면 차라리 중립(을 지켜라)”고 덧붙인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광신판지분회에 따르면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 9명 대부분 사측 관리자에게 이런 방식의 회유를 받았고 실제로 이 가운데 5명은 회사가 언급한 특정노조에 가입했고 금속노조에는 한 명도 가입하지 않았다.

검찰, 대양그룹 사업장 4곳 압수수색
금속노조 2개 기업별노조 상대 ‘노조설립무효확인 소송’


대양그룹은 1970년 설립한 골판지원지 생산전문업체인 대양제지공업㈜을 모태로 한 산업용지 전문회사다. 현재 신대양제지·신대한판지·대영포장·광신판지 등 제지사 2개, 판지사 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전남 장성과 충북 청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대양판지에서 올해 초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가입하자 청주공장과 장성공장에 잇따라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비를 대납하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검찰은 대양판지 본사와 청주공장·장성공장·광신판지 안산공장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는 대양판지의 2개 기업별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노조설립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강은미 의원은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국감에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회사 편 노조를 만드는 것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노동당국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국감 증인 출석 하루 전날까지 대양그룹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의 노조 가입을 방해하고 회유하는 일이 일어난 사실에 강은미 의원측은 “권택환 대표의 위증죄 여부를 면밀히 살펴서 환노위 차원에서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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