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정책 추진을 위해 외국인 혐오를 동원하는 여당 시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혐오정서에 가려 자칫 제도 축소를 용인하면 결국 내국인에게도 피해가 돌아온다고 우려한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이주노동자나 외국인 수급자가 과도한 특혜를 누리거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짧은 피보험 기간 빌미로 이주노동자에 ‘먹튀’ 이미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언론에 이주노동자의 실업급여 수급이 많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실업급여 역전현상은 재취업을 장려하기보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배포한 2016~2022년 외국인 실업급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7년간 실업급여를 수령한 이주노동자는 6만7천800명이다. 7년간 수령 전 세후소득보다 수령한 실업급여가 많은 비율은 32.1%다. 지난해로 좁혀 보면 26.4%다. 이 비율은 실제로는 내국인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줄이겠다며 7월 공개한 역전비율은 지난해 기준 27.8%로 외국인보다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4일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피보험 기간이 1년 미만인 외국인 가운데 실업급여 수급자가 9천986명이었고, 수급요건을 충족하자마자 퇴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먹튀’ 주장도 잇따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외국인 장기요양보험 인정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18년 1천786명이던 외국인 장기요양보험 인정자가 지난해 3천564명으로 증가해 내국인 증가보다 빨랐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외국인 먹튀’ 논란을 부추기는 대상은 모두 정부가 혜택 축소를 시도했다 여론 반발에 주춤한 사회보험이다. 정부여당은 7월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희화화하고 구직 청년과 여성을 부도덕한 수급자로 비난하면서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또는 축소를 시도했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인 차별 논란도 접했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면서도 “7월 논의했던 실업급여 하한액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대목을 다각도로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수령을 문제 삼은 장기요양보험도 정부가 8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개편하겠다며 시장화 정책을 내놓은 대표적 사례다.

“외국인 희생해 사회보험 축소시 내국인도 피해”

전문가들은 개탄스러워 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고용보험은 국적이 아니라 노동자성에 따라 설계된 제도”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실업급여 수급이 많았다면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저임금과 잦은 실직 구조를 따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국인을 대상화해 숫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혐오를 앞세운 제도 개편을 허용하면 결국 피해가 내국인에게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장은 “결국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희생양 삼는 것”이라며 “무차별적인 제도의 특성상 보호범위 축소 영향은 내국인에게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도외시하고 공급만 늘린다는 비판도 있다. 이 소장은 “법무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인력을 저임금 일자리에 아무런 대책 없이 밀어 넣은 정부가 가사노동자 도입에서 보듯 안전망 구축에 대해선 대책이 없다”며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인식하는 기조가 명백히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