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웹툰업계상생협의체를 꾸려 업계 불공정 계약 개선을 위한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지만 출범하기도 전에 삐걱대고 있다. 출범일을 사흘 앞둔 22일 웹툰작가노조(위원장 김동훈)가 협의체 구성과 운영방식을 정하는 과정에서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협의체 재설계를 요구했다.

“창작자 의견 듣겠다더니,
출판협회단체에 대표 추천 요청?”

협의체 구성의 싹을 틔운 것은 지난해 10월 김동훈 위원장의 국회 증언이다. 웹툰작가로 활동하는 김 위원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플랫폼과 콘텐츠제작사(CP)가 이중삼중 수수료를 떼어가는 탓에 작가는 정작 최저생계비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증언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그 자리에서 “정부 부처와 제작사, 플랫폼 등 관계자가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논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감 이후 문체부는 협의체를 창작자(4명)·제작사(2명)·플랫폼사(2명)·변호사(1명)·학계(1명)·문체부(1명)으로 구성하고 올해 한 해 동안 웹툰 계약 관련 문제를 논의해 상생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협의체 구성을 위한 작업은 지난해 11월 본격화됐다.

그런데 작가들의 입장을 대변할 대표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생겼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통해 만화 협단체 15곳에 공문을 보내 상생협의체에 참여할 창작자(작가) 대표 추천을 요청했는데 그동안 웹툰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출판문화인 단체와 사용자 성격이 짙은 만화출판협회를 포함했다. 노조는 “오히려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가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15개 단체가 선정된 기준이 무엇인지 문체부는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창작자 대표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혼선도 계속되고 있다. 문체부쪽이 “상생협의체는 해당 협단체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며, 만화계를 대표하는 자리도 아니다”고 밝히자, 노조는 “선출된 작가 대표 4명이 협단체도, 만화계도 대표하지 못하는 개인자격이라면 상생테이블에서 어떤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15개 단체 선정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실무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창작자 대표가 협단체·만화계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데 대해 “다른 협단체가 배제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4명의 창작자 대표 외 만화계 전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민한 질문 자제” 요청

협의체가 출범하고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업무협약(MOU) 체결을 추진하면서 문체부가 ‘보여주기식’ 행정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이달 25일 열릴 출범식에서 구성원 간 맺을 업무협약(MOU)을 작성해 공유했다. “웹툰업계는 웹툰 산업 내에 공정한 계약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각종 간담회 토론회 개최 및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거나 “웹툰업계는 계약의 체결 이행 등 과정 전반에서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업계 내 공정한 계약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조는 “모든 문제를 ‘계약’의 문제로 치환해 갑과 을이 명백한 웹툰업계 상황을 무시하고 ‘계약을 잘하면 된다’는 식의 내용”이라며 “아무리 법적 강제 권한이 없는 상생테이블이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자율준수를 협약문에 명시하고 시작하는 회의에서 창작자의 가혹한 현실을 개선할 논의를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출범식 당일 황희 장관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를 앞두고 사전 질문을 받았는데, “너무 첨예하거나 정치적 혹은 민감한 질문은 지양을 부탁드린다”고 안내해 질문 검열 논란을 불렀다.

노조는 “창작자 대표의 자유로운 발언권을 보장하고, 이후 안건·일정·의견수렴 방식은 각 조직 실무자회의를 통해 새로이 설계하기를 요구한다”며 “MOU는 모든 회의가 끝난 후 참여자들의 합의를 통해 작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상생협의체가 운영을 시작하면 실무협의회든 대표급 회의든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출범식·MOU 체결 일정과 관련해 “검토 중으로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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