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운전과 배달노동자, 웹툰작가 등 특수고용·풀랫폼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정부가 이날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지원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법 적용이 가능한 직종은 기존 사회안전망을 활용하되, 자영업자 성격이 강해 노동법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업종은 다양해지고, 종사자 숫자는 뜀박질을 하고 있는 터라 다수는 노동법 대신 특별법 적용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대책 추진 과정에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내년 1분기 ‘플랫폼 보호법’ 윤곽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크게 2개 축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자 성격이 강한 플랫폼 노동자는 기존 노동법과 사회안전망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추진한다. 준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제·산재보험 적용 확대 정책으로 기본적 사회안전망을 갖춘다. 노동자 성격이 약한 노동자는 특별법을 제정해 처우개선·권익보호를 한다.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라면 노조를 만들어 사용자와 교섭으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중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가 다수 참여하는 ‘고용형태 자문기구’를 내년 상반기에 구성한다. 플랫폼업체가 플랫폼 노동자의 일하는 방식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지를 직종별·사례별로 판단해 노동자성 여부를 가리겠다는 얘기다.

근로감독 업무나 자문기구 논의를 할 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동자오분류방지법(노동자적정분류법) 사례 등을 참고한다. 이 법은 사업주가 소속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해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막기 위해 2017년 제정됐다.

특수고용직 등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되고 단체교섭 등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다. 노조가 아닌 형태의 단결체를 결성해 사업주와 협의를 하는 방법은 지금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노조법으로 이행 의무를 노사에 부여하는 단체협약과 달리 ‘협의’는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이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부여하고,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일의 미래를 위한 ILO 100주년 선언’에서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 등을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권고를 회원국에 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 권고와 달리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는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근로자일 수도 있고 특수고용직일 수도 있고, 일반 자영업자일 수도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플랫폼 영역이 확장돼 가기 때문에 플랫폼 업체, 플랫폼을 이용한 사용업체, 플랫폼 종사자와 관계된 계약관계를 공정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안으로 가칭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내놓을 계획이다. 애초 1월 중 제정안을 발표하려다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1분기 안으로 늦췄다. 이 법은 계약법 원리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공정한 계약관계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개발해 보급하고, 플랫폼 종사자에게 필요한 직업능력개발 훈련·사회보험료 등을 지원한다.

“기존 노동법 적용 대상 바꿔 플랫폼 노동자 포괄해야”

정부 대책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보호 방식을 두고는 사회적 격론이 예상된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플랫폼 노동은 기존 노동과 양상이 달라도 본질적으로 노동이고, 그래서 노동의 의미를 확장한 노동관련법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대로라면 역사성이 있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기성 노동자들은 일종의 특권적 보호를 받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플랫폼 노동자는 기본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속에 험난한 권리보호 싸움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노동법 적용 대상은 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정할 수 있고, 나아가 수정돼야만 한다”며 “과거 기준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 보호범위에서 배제한다면 노동법은 앞으로 더욱 희소해질 ‘표준적 고용관계’를 획득한 신분자들만 보호하는 특별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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