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강원도 원주 공단 본사 로비에서 김용익 공단 이사장과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공단이 되레 정규직·비정규직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노노갈등을 부각하며 지난 14일 단식에 들어갔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을들의 싸움터로 변질됐다. 공단의 한 청년 정규직 노동자는 고객센터 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10일 “공정 무시 직고용·직영화 철회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자신을 공단에 재직 중인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청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건강보험공단 1만5천명 임직원을 복지부 공무원으로 직고용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공단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협의하는 대신 미루고 미루다 논란만 자초했다. 15일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 사업장에서는 공공기관(장)이 의지를 갖고 역할을 했다.

“정규직화는 기관 의지에 달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객센터 노동자 51명은 지난 4월 평가원에 직접고용됐다. 정규직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8년 12월 심사평가원이 콜센터 노동자가 정규직화 대상자인지 논의를 시작했고 노사는 2019년 1월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직접고용 시점을 늦춰 합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정규직 노동자가 가입된 심사평가원노조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자장에 휩쓸렸다. 노조는 조합원들과 끈질기게 대화하고 설득했다. 이는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도록 한 큰 힘이 됐다. 기관이 처음부터 정규직화로 방향을 정하고 중심을 잡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부민원안내콜센터의 정규직화 결정은 2019년 말 전문가와 내부 구성원 등 10명이 참여한 ‘국민콜110 운영방식 적정성 검토 협의회’에서 “정규직화가 낫다”는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사측이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지난해 4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꾸린 노사는 전환방식·규모·방법에 관한 논의를 지속했고, 올해 1월 228명을 직접고용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처럼 기관 의지가 불명확한 곳들은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주택도시공사(SH)·서울교통공사 등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콜센터들은 서울시의 직접고용 계획 제출 지시를 6개월 가까이 뭉개다 최근에야 계획을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2021년 들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정규직 노조들이 다양한 이유로 참여 거부 입장을 밝히자 사측은 이를 이유로 협의기구 구성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노동자 39명 중 14명이 퇴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정규직노조 참여 전제 단 공단”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파업에 돌입한 결정적 계기는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당사자 배제 문제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 협의기구 구성에 이해관계자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돼 있다. 공단이 정규직으로 구성된 국민건강보험노조의 불참을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의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 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정규직화 지연은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논의를 이끌어 나갈 주체인 공단의 역할 부재가 불렀다는 것이다.

정흥준 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 구성원에 정규직 노조가 꼭 들어와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다른 사례들을 보더라도 전문가와 내부 당사자 위원을 10명 내외를 꾸리되, 전문가 위원이 절반 이상 될 수 있도록 해서 구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두세 번 정도 회의를 하면 결정이 나 논의 기간도 길지 않았다”며 “2월에 (고객센터 노동자의) 파업이 끝나고,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신희철 조직국장은 “주요 비대면 응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콜센터를 직접운영하고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공공기관 공공성을 강화하는 핵심 방안”이라며 “정규직화 문제는 비용문제나 노노 갈등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이 문제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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