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금천구에서 환경미화 노동자가 홀로 일하고 있다. 안전기준 원칙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은 3인1조로 근무해야 한다. <민주일반연맹>

환경미화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한 폐기물관리법 시행 이후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버젓이 이를 위반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 업체가 주간작업이나 3인1조 작업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7일 민주일반연맹이 지자체 40곳에서 청소업무를 각각 수탁한 청소업체 4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지자체별 환경미화원 안전 관련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자체 청소업체 34곳 안전기준 위반
자치단체, 조례로 안전원칙 무시

정부는 환경미화원의 사고사가 잇따르자 2018년부터 안전관련 지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듬해 행정안전부·환경부·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에는 △운전자가 청소차량 후면과 측면 작업자의 위치와 작업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장치 설치 △청소차량 적재함 덮개, 압축장치에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스위치, 손이 끼일 경우 무릎 등 다른 신체를 이용해 즉시 멈출 수 있는 안전멈춤빗장 설치 △안전화·안전조끼·장갑 등 보호장구 지급 의무화를 비롯한 내용이 담겼다. 3인1조 작업이나 주간작업, 폭염·폭우·폭설 때 작업시간 조정이나 작업중지 같은 필요한 조치 마련을 안전기준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는 2019년 2월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거나 최대 6개월 동안 영업을 못하게 했다.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도 명시했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까지 시행규칙을 잇따라 개정해 지침 내용을 모두 포함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시행했다.

문제는 시행규칙에 예외조항이 달렸다는 것이다. “폐기물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주민 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조항이다. 주간작업이나 3인1조, 작업시간 조정이나 작업조정 같은 안전조치가 예외조항에 묶였다.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법은 유명무실했다. 지자체 직영업체과 위탁업체를 가리지 않고 위법한 행위가 일어났다. 영상장치와 안전맞춤바 설치, 보호장구 지급 의무사항을 위반한 곳은 40곳 중 28곳이었다. 시행규칙 예외조항에 포함된 3인1조 작업, 주간작업, 작업시간 조정 및 작업중지 등 안전기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곳은 40곳 중 34곳이었다.

민주일반연맹은 2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미화원 현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세웅 기자>
민주일반연맹은 2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미화원 현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세웅 기자>

법 적용은 엄격히, 원칙은 법으로 명문화 필요

부산시 자치구가 특히 심각했다. 지난해 부산시 16개 자치단체 중 강서구·남구·동구를 비롯한 11곳에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안전보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조례를 신설했다. “주간작업은 처리시설의 반입시간대와 운반거리, 주민불편 초래 등을 감안하여 시행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유예할 수 있으며 3인1조 작업은 작업환경, 작업지역의 여건, 가로청소작업 등을 고려하여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영도구와 사하구·금정구·수영구는 입법예고 중이다.

부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박지성씨는 “부산시는 안전기준 원칙을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자 대번에 조례를 신설했다”며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위험에 노출됐다.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구의 환경미화원이 야간작업을 하다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이 그 사례다. 연맹이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봉현 민주연합노조 안양지부장은 “맡은 구역에 있는 쓰레기봉투를 모두 수거하기 위해서 새벽 3시에 출근한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현행법을 어기는 청소업체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지자체가 조례로 법을 빠자나가는 상황을 멈춰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양성영 연맹 부위원장은 “환경미화원들을 필수노동자라고 하고는 나 몰라라 하면 되느냐”며 “법을 만들면 지키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