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월에 서울에서 열린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 이행을 위한 정부 간 협의.<정기훈 기자>
▲ 2019년 1월에 서울에서 열린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 이행을 위한 정부 간 협의.<정기훈 기자>

한국 정부의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 분야 협정 이행 여부를 점검한 전문가 패널 최종 보고서가 나왔지만 양국 간 갈등이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협정문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지만,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 수준이 국제기준에 미달해 EU 차원의 문제 제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26일 한·EU FTA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패널은 한국 정부가 ILO 기본협약 105호(강제노동 철폐 협약) 비준 노력을 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105호 비준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되리라 기대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남겼다.

한·EU FTA 협정문에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 패널은 이 같은 조항이 ‘구속력 있는 의무조항’으로 규정했다. 이행하지 않으면 협정문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ILO 기본협약 중 미비준 협약이 남아 있는 한 “구속력 있는 의무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논란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을 목적으로 개정한 노동관계법이 전문가 패널 권고에 미치지 못한 점도 두고두고 시비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패널은 특수고용직·자영업자도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은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학습지교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해당한다고 본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사실상 특수고용직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이 대법원 판결도 특수고용직의 종속성을 기준 삼아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부는 보고서가 나온 지난 25일 “패널 권고사항이 최근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소됐다”고 밝혔지만, 전문가 패널은 다르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EU 내 유럽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로 통상분쟁이 발생했고, 이들은 ILO 기본협약 정신을 충족하지 못하는 개정 노조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나오면서 이 문제로 무역제재 등의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EU 차원의 항의나 반발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양대 노총은 개정 노조법이 ILO 기본협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재개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은 개악 요소를 담고 국제적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보이는 노조법을 전면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전문가 패널의 권고사항을 온전히 반영해 국제노동기준에 미달하는 국내 법 제도에 대한 후속 개정조치에 착수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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