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단열재 시공 도급계약을 맺고 투입된 이른바 십장(작업반장)도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투입인력을 기준으로 도급액을 산정했다면 십장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대법원 1부(재판장 김선수)는 A(4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팀원 5~8명을 이끄는 단열재 시공 십장이다. 그는 건설업체 B사와 천장 단열재 시공 도급계약을 맺었다. 단가는 하루 400제곱미터 기준으로 5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라 1제곱미터당 3천원으로 산정했다.
2016년 9월23일 A씨는 자신이 불러 모은 팀원들과 함께 천장 데크에 단열재 부착을 하던 중 지붕 샌드위치 패널이 무너지면서 2.7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두개골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어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B사에서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A씨가 독자적으로 팀원을 고용하고 일당도 직접 지급하기로 한 점 △근로시간이나 인원에 상관없이 시공면적에 대한 단가를 산정한 점 △단열재 시공을 완료하기만 하면 업무 수행이 완료된다는 점을 들어 "약정금액을 근로제공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B사가 도면을 보여 주지 않은 채 단열재 부착 위치와 방법 등을 직접 지시하는 등 A씨와 팀원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며 "A씨와 팀원들이 받기로 한 보수는 시공면적보다는 투입인력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제공 대가 성격이 크다고 본 것이다.
김용준 변호사(법률사무소 마중)는 "이번 판결은 실질적으로 공사에 투입될 인력을 기준으로 도급금액이 산정됐다면 근로제공 대가로 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십장은 물론 미장공이나 타일공처럼 인력기준으로 도급액을 산정하는 건설업계에 파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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