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학교 현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2%에 그치면서 대량해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재계약 시점인 2월에 해고가 속출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일부 학교에서는 직접고용한 노동자를 위탁업체에 넘기는 시도까지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 제로정책, 학교에서는 완전 실패”

민주노총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6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다가는 2월 말 계약만료를 맞아 최대 8만명에 이르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해고될 위기”라며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정책이 학교 현장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장은 “정규직을 시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라며 “불안에 떨며 매년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지 않아도 되게 고용만이라도 책임져 달라는 요구”라고 호소했다.

현재 17개 시·도 교육청이 전환 심의위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경북·대구·울산시교육청의 전환 심의위는 종료됐다. 3개 교육청은 심의 대상 1만1천595명 가운데 2천176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14개 시·도 교육청도 이달 말 심의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전환 제외로 판단되면 한 달 전 해고예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청들이 심의위를 서둘러 종료하려 한다”며 “전환 심의위가 사실상 해고 심의위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환 심의위에서 사업 폐지나 한시적 사업을 이유로 전환 제외하기로 결정한 직종에서는 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대구지역 초단시간 사서 130명과 학습상담원 6명, 전북지역 방과후행정사 169명, 충남·강원지역 도서관연장실무원 등이 속속 해고되고 있다.

“정부가 제 역할 안 해 현장 혼란”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참석해 실태를 증언했다. 아직 전환 심의위가 진행 중인데 직접고용 노동자를 위탁업체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사례도 눈에 띈다. 전북 완주에서 초등 돌봄교사로 4년 동안 일한 정선순(43)씨는 학교쪽과 2014년부터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계약을 맺고 일을 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구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정씨는 “지난달 말 학교측에서 돌봄업무를 위탁업체에 맡길 예정이니 다른 학교를 알아보라고 통보했다”며 “4년 동안 학교에 직접고용돼 있었는데 정부 정규직 전환 정책이 나오고 오히려 일자리 질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지도·감독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다.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교육청 전환 심의 과정에서 지켜지도록 지도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설명자료에 따르면 공통직종이 부처 여러 소속기관에 분포돼 있으면 관할부처가 공통직종에 대한 통일적 기준을 마련해 현장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관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교육청별로 같은 직종을 두고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일관되지 못한 차별적인 전환 판단으로 졸속적 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취지 자체를 왜곡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오후 김영주 노동부 장관과 만나 시·도 교육청의 정규직 전환 심의위 문제를 전달하고 노동부에서 특별 실태점검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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