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운동부 지도자와 학습상담사, 도서관 단시간 사서 등 비정규 노동자들이 2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규탄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하는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대구지역에서 2009년부터 초단시간 사서로 근무하는 A씨는 실무원·보조원·업무보조원 등 명칭만 바꿔 가며 매년 학교쪽과 새로 계약을 맺었다. A씨는 “10년 동안 일했는데 지금 와서 한시 사업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억울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이름은 보조원이지만 사서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도서관에서 필요한 모든 업무를 수행했다”며 “보조 업무, 한시적 업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전환 심의는 내년까지 할 테니 일단 나가라?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도서관 개관연장 실무원·학습상담사·운동부지도자처럼 상시·지속업무를 하지만 시·도 교육청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전환 제외 대상으로 거론되는 직종 노동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금자)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당사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 심의위가 대량해고를 판정하는 기구로 전락해 국정과제 파탄 주범이 되고 있다”며 “전환 심의위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현장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지역에서 2007년부터 도서관 개관연장 실무사로 일한 윤미경씨는 “전환 심의 대상 직종에 불이익이 없도록 전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계약연장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이 거부했다”며 “대통령 약속에 희망고문만 당하다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전환 심의위에서 10차에 걸쳐 직종 공청회를 진행한 후 전환 여부를 일괄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회의는 3회 개최했고 차기 회의는 내년 1월8일 열린다. 이달 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전환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박금자 위원장은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을 없애 달랬더니 해고해서 없애려 한다”며 “전환 심의위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심의위로 작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교육청 전환 심의위 80% 전환 제외 결론
노동계, 재심의 요구


17개 시·도 교육청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학교비정규직 8만여명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심의한다. 현재까지 8천여명이 정규직 전환자로 결정됐고 그 4배인 2만5천여명은 전환 제외 직종으로 분류됐다. 노조는 “대부분 지역 교육청에서 전환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논의 결과에 따라 제외 직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가 집계한 시·도 교육청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울산·대구를 제외한 15개 교육청에서 심의위 회의를 2~5회 진행했다. 울산과 대구시교육청은 심의위가 종료됐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심의 대상 4천276명 가운데 80%(3천364명)를 전환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노동계는 이들 교육청에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6천여명 규모의 운동부지도자 직종은 일부 교육청에서 예산과 학부모 부담을 이유로 제외하려 한다. 또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무자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교육청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안산지역에서 초단시간 보육전담사로 일하는 B씨는 “예산을 이유로 초단시간 근무하도록 한 것일 뿐 실제로는 보상 없는 초과근무를 하기 일쑤였다”며 “안정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정한 노동시간을 보장하고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심의위 구성 자체가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평균 10명으로 구성되는 심의위에는 노조추천 인사가 1~2명에 불과하다. 당사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에 △심의위 회의와 회의자료 공개 △심의위 민주적 운영 △노동부·교육부의 현장 지도·감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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