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 두 분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주경마공원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 중에는 ‘우리 중에 한 명이 죽어야 정부나 마사회가 나설 거냐’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제주경마공원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합니다.”

양삼일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제주지부장의 말이다. 고용노동부가 부산경남경마공원에 한정해 특별근로감독을 하자 고용시스템이 동일한 제주경마공원에도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 감독에서 배제, 제주경마공원 노동착취 은폐”

공공연맹과 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제주지부는 28일 오후 정부제주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부산경마공원과 동일한 고용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제주경마공원의 노동착취가 사실상 은폐되고 있다”며 “제주 마필관리사들이 정부 관리·감독에서 배제돼 여전히 조교사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올해 5월27일과 8월1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마사회의 다단계 착취구조와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드러났다.

노동부는 6월28일부터 한 달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근로감독을 진행해 270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달 17일부터 마사회 부산경남본부 특별근로감독도 하고 있다.

제주지부는 “제주경마공원도 부산경남경마공원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며 “마필관리사들의 고통 또한 동일하다”고 호소했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장은 렛츠런파크 서울(과천)·부산경남·제주 세 곳이다. 서울경마공원만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다. 조교사 개별채용으로 고용불안과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것은 부산경남과 제주가 동일하다는 얘기다. 상금 배분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임금 지급기준이 불투명한 것도 같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이달 16일 마사회와 노동계 합의에 따라 △고용안정 △임금 투명성 제고 △노조활동 보장 △재발방지 대책이 이행되고 있다. 반면 제주경마공원에 대해서는 정부도 마사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0개 마방 중 9곳에서 단협 체결 못해

제주경마공원에는 20개의 마방에 106명의 마필관리사가 일한다. 제주지부 조합원은 93명이다. 새로 생긴 복수노조에 13명이 가입해 있다.

올해 1월 단체협약 만료를 앞두고 지부는 협상에 나섰다. 11개 마방 조교사는 단협 갱신에 합의했지만 7개 마방 조교사는 단협 갱신을 거부했다. 2개 마방에서는 설립된 복수노조가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지부는 “새로 설립된 노조는 조교사 친인척 주도로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노조”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25일 연맹에 교섭권을 위임했다. 김영훈 연맹 조직실장은 “두 마필관리사의 죽음 이후에도 제주경마공원의 상황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마사회와 근로감독을 하지 않는 노동부도 이 사태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연맹은 이날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소장을 만나 특별근로감독 요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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