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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주 멈추려면 노조·노동자 참여 보장해야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박경근 열사가 죽은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실시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은 마필관리 노동의 열악한 현실(근로기준법 248개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22개 위반)을 확인시켜 줬지만 구조적인 마필관리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핵심인 직접고용 문제에 대해 "불법파견 위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결과만 제기한 채 노사 협상 문제로 전가해 버렸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마사회는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한 채 문제해결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면서 두 달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지나 버렸다. 결국 이현준 열사 죽음이 또다시 발생했다.

"한 달에 많이 서면 12번 당직을 섭니다. 이게 어찌 사람 사는 일입니까? 입사 이래 5번의 골절, 한 번의 뇌진탕, 숱한 상처들. 그런데 한 번도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는 관리사, 불쌍하지 않습니까? 병원에 입원하면 하루가 멀다고 전화가 옵니다. 언제 나오냐고. 그럼 저는 또 말을 타러 나옵니다. 먹고살려고 그리고 안 잘리려고. 이것이 부산경남공단의 현실입니다."(2011년 자살한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유서 중에서 일부 발췌)

마필관리 노동의 열악한 현실이 죽음으로 드러난 것은 2011년부터였다. 당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마필노동 문제의 심각성은 언론보도와 실태조사를 통해 제기됐다. 근본적인 노동조건(고용구조·임금체계·부족한 인원 등) 해결만이 최선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노동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6년이 지난 현재 또다시 노동자 죽음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취임 과정에서 마사회 특별근로감독 실시 필요성에 공감했고, 취임 이후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다는 소식은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만큼 심각성을 느끼고 해결 의지를 보여 준 행보이기에 환영한다. 더불어 17차례 교섭을 통해 마사회와 노동조합의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다.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과 구조개선 전 우선조치 사항, 단체협약 관련 기본합의서에 합의했지만 특별근로감독은 여전히 필요하며, 제대로 감독해야만 한다.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마사회 내의 고질적인 노동조건 실태가 제대로 드러나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 현장이 변화해야 죽음의 경주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와 마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노동조합 참여를 보장해 노동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마필관리 노동의 문제점을 제대로 접근하고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면 특별근로감독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확인된 법 위반 문제에 대해서도 위반 여부에만 주목해 과태료나 벌금부과 방식으로 마무리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고 만드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6월에 시행된 근로감독 결과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은 부족한 인원충원, 더 낮은 적정마필관리두수 조정 등 현실적인 조건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시정조치였다.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조건, 노동자 안전과 건강이 우선인 해결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다른 사업장에 비해 15~20배 높은 산재율, 실제로 은폐된 산재까지 고려한다면 안전보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두 달여 만에 연이은 동료의 자살은 마필관리 노동자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번 특별근로감독 명령과 함께 임시건강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포함돼 조속히 임시건강진단이 추진되기를 기대하며, 향후 안정적인 안전보건체계 관리시스템 구성과 정기적인 안전보건활동이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 되도록 해 달라”는 유족의 오열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 죽음을 통해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마필관리 노동의 문제점이 이번 기회에 해결될 때까지 정부·마사회·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참여 보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숙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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