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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복수노조 5년, 제도개선 얘기할 때 ②] 대표교섭? 개별교섭?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부당노동행위’사용자 전횡에 여과 없이 노출 … 전문가들 “교섭방식과 무관하게 제도개선 필요”
김학태  |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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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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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바꿔야 한다. 2011년 7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지 만 5년이 지났다. 긍정적인 평가보단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복수노조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대됐던 노동기본권 보장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보쉬전장 등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과 발전 자회사 기존 노조들은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한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와해 직전까지 내몰렸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데도 제도개선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 역시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매일노동뉴스>가 두 차례에 걸쳐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이젠 바꿔야 할 때다.<편집자>



[게재 순서]

1. 말뿐인 소수노조 노동기본권
2.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변한 복수노조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유성기업은 2011년 이후 개별교섭과 대표교섭을 번갈아 하면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교묘하게 차별했다. 정기훈 기자

최근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되면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부당노동행위 사건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 논란과 노사갈등은 2011년부터 5년이 지나도록 현재 진행형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회사 간 2011년 임금·단체 교섭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특정노조와의 교섭을 회피할 수 있는 현행 복수노조 제도 탓이 크다.

유성기업에 기업노조가 생긴 2011년 7월에는 금속노조 지회가 다수노조였다. 당시 개별교섭에 동의했던 회사는 2012년이 되자 태도를 바꿔 교섭대표노조를 통한 협상을 요구했다. 관리자들이 대거 가입한 기업노조가 과반수노조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뒤 회사는 입장을 번복했다. 금속노조 지회가 세를 키워서 과반수노조가 되자 개별교섭으로 다시 전환한 것이다.

회사는 개별교섭을 했던 2011년과 2014년·2015년 교섭에서 기업노조와 재빠르게 합의했다. 반면 금속노조와의 단협 체결은 한없이 미루고 있다.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노골적인 차별을 받았다. 2011년 임금·단체협상에서 기업노조와 회사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성과급을 적게 주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2014년 교섭에서는 기업노조와 무쟁의 타결금 지급에 합의했다. 쟁의행위 중인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사실상 차별한 행위다.

유리하면 '대표교섭' 불리하면 '개별교섭'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도 비슷한 방법으로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조합원들을 차별했다. 회사는 2012년 8월께 설립된 기업노조가 수적 열세에 놓이자 개별교섭을 했다. 협상을 시작한 지 단 5일 만에 기업노조와 임단협을 체결했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지회와는 아직도 교섭을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는 기업노조가 과반수노조 지위를 차지하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은 뒤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하고만 협상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차별이 뒤따랐다. 회사는 2014년 임금교섭에서 무쟁의를 전제로 기업노조와 타결격려금 지급에 합의했다. 쟁의행위 중이었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타결격려금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했다.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 후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고용이나 산업안전 관련 협의체에서 배제됐다. 금속노조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과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콘티넨탈지회장을 지낸 박윤종 금속노조 대전충청지부 사무국장은 “개별교섭을 하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든 회사에 미운털이 박힌 노조는 계속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교묘해지는 부당노동행위, 정부 감독은?

유성기업과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사례는 현행 복수노조 제도가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사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교섭대표노조와 교섭하든, 개별노조와 교섭하든 간에 부당노동행위를 하거나 노조 간 차별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섭방식과 무관하게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자율교섭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계는 자율교섭제 시행 자체만으로는 부당노동행위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나 개별교섭을 한 노조들은 공정대표의무 제도를 적용받지 않아 각종 차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개별노조들이 자유로운 교섭권과 쟁의권을 확보하면 그만큼 사용자들은 쉽게 노조 간 차별을 할 수 있다”며 “차별에 대한 광범위한 구제제도가 없으면 차별을 통한 부당노동행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011년 7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후에 주로 나타났던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는 특정 노조 가입 또는 탈퇴를 조건으로 혜택·불이익을 주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회사 마음에 들지 않는 노조를 흔들었다.

회사가 기존 노조인 발전노조 조합원들을 노조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배·사과·토마토’로 분류한 뒤 퇴출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며 노조 탈퇴작업을 벌인 동서발전 사례가 대표적이다.

복수노조를 악용한 부당노동행위 사례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고용노동부 의뢰로 2014년 12월 작성한 ‘복수노조 운영실태 및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복수노조가 있는 63개 사업장을 분석한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부당노동행위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시행 초기에 비해) 그 사례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부당노동행위 유형은 다양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가 특정노조 가입·탈퇴를 종용하거나 특정노조 지원·부당해고·교섭해태 혹은 지체 같은 다양한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교섭방식과 상관없이 부당노동행위가 저질러지는 만큼 복수노조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

정부가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동서발전과 갑을오토텍·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같은 사업장의 경우 법원은 복수노조를 악용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이 노동부 근로감독이나 수사에서 적발된 적은 거의 없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올해 1월 친사용자 노조 설립에 개입해 기존 노조를 와해한 택시사업주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했다.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것은 8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부 감독체계가 무기력하다는 방증이다. 복수노조 시대에는 이런 취약점이 도드라진다.

   
▲ 2013년 3월 야당 의원들과 금속노조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 전환하고
노동위 구제명령 다양화해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 문제다. 기초적인 자료수집조차 힘든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증명해야 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사용자들의 혐의를 밝혀내기 어렵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 환경에서는 사용자들의 차별행위나 노동 3권 침해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는 것은 사용자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비판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조항과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다양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복수노조 간 차별이 대개 부당노동행위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구체적인 차별사례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자는 논리다.

노동위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도 복수노조 시대에 발생하는 여러 사례에 맞게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이나 단협 체결 과정에서 나타난 세부적인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지 말 것” 혹은 “노동자들이 특정노조를 지지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근로조건 개선을 약속하지 말 것” 같은 주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인정할 것” “○○○ 제도는 폐지할 것” “20일 이내에 명령 이행 상황을 서면으로 통지할 것” 형태의 주문도 나올 수 있다. 미국의 연방노동관계위원회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수노조 제도하에서 부당노동행위 방지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의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이행강제금 제도 도입과 함께 구체적인 명령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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