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서 퇴직 거부자들을 중심으로 제2 노조가 만들어지자 회사 임원이 노조간부를 회유하고 탈퇴를 종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SK텔레콤은 퇴직 거부자들을 원격지 혹은 업무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서로 강제발령한 뒤 다이렉트세일즈팀이라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본지 3월21일자 2면 'SK텔레콤, 퇴직 거부자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운영 의혹' 참조>

23일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SK텔레콤 임원과 팀장은 "노조만 탈퇴하면 연말 인사에서 고향으로 보내 주겠다" 혹은 "다이렉트세일즈팀에 배치하지 않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탈퇴하면 고향 보내 줄게"

SK텔레콤에 복수노조인 SK텔레콤민주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달 3일이다. 노조를 만든 주축은 지난해 4월 특별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이다. 

사건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다음날 발생했다. 다이렉트세일즈팀장인 B씨는 노조간부인 A씨를 불러 다짜고짜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어 "노조일을 하려면 기존 노조에서 하지 왜 새로운 노조를 만드냐"고 따져 물었다.

A씨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B팀장은 A씨를 서울 모처 SK텔레콤 대리점으로 내려보냈다. A씨가 맡은 일은 플로어매니저 업무였다. 플로어매니저는 매장 앞에서 방문객들에게 문을 열어 주고 음료수를 대접하는 일종의 '고객 맞이' 역할을 한다. 노조는 "영업직인 A씨가 돌아다니면서 조합원을 조직할까 봐 붙박이로 허드렛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SK텔레콤은 뒤에 A씨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인사담당 임원의 확약서까지 제시했다. 같은달 11일 SK텔레콤 임원인 김아무개 HR실장은 A씨를 사무실로 불러 "노조 탈퇴시 연말 인사발령에서 고향으로 발령하고, 다시는 다이렉트세일즈팀으로 배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들이밀었다. B팀장이 A씨에게 얘기한 내용 그대로다. 김 실장은 그 자리에서 확약서에 서명한 다음 A씨에게 서명을 요구했다.

노조, 임원·당사자 노동청에 고소

A씨는 서명을 거부했다. 그래도 회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B팀장은 서울지방노동청에 A씨를 데리고 가서 노조 설립신고를 취소하라고 종용했다. 당시 A씨는 실제 노동청에 노조설립 취소 가능성을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SK텔레콤 장동현 사장·김 실장·B팀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박현희 노무사(법무법인 여는)는 "팀장이 노조 직책을 가진 사람을 노동부까지 데리고 가서 노조 설립신고 취소를 요구했다는 정황만으로도 회사 차원에서 노조 건설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는 게 분명하다"며 "명백한 단결권 침해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노무사는 "(노동부는) 회사측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하고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지방노동청 담당자는 "고소인 조사는 끝났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B팀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피고소인으로 조사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노조 탈퇴를 압박했는지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며 "나중에 조사 결과를 확인하라"고 말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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