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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특성화고 현장실습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말 잘 듣는 근로자 양성 프로그램 된 현장실습, 학생 교육 중심으로 관점 옮겨야"
제정남  |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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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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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열아홉 살 젊은 노동자가 지난달 28일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작업가방에서 발견된 컵라면과 숟가락 하나에 우리 사회는 슬퍼했다. 아니, 분노했다. 비정규직을 어떻게 홀대하는지, 청년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공감했다.

김군은 지난해 현장실습생으로 처음 은성PSD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정식 직원이 된 뒤에도 올해 2월 졸업한 뒤에도 그는 같은 일을 했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이면,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가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은성PSD 노동자 중 김군 같은 특성화고 학생출신은 15%가량이나 된다.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현장실습생이 주 72시간에 이르는 노동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고, 2012년 12월 울산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작업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현장실습 학생이 사망했다. 2014년 1월에는 CJ제일제당 충북 진천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사내 괴롭힘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해 2월 울산 금영ETS 공장 붕괴사고 현장에서 현장실습 학생의 시신이 발견됐다.

취업을 빌미로 학생은 현장으로 내몰렸고, 기성사회는 이들을 마구 부렸다. 학습권 따위는 없었다. 노동력 착취·인권유린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매일노동뉴스>는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방안을 찾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매일노동뉴스 회의실에서 열렸다. 최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국장·강연흥 성동공업고 교장·조성신 전교조 실업교육위원장(인천기계공고 교사)이 함께했다. 하인호 인천비즈니스고 교사가 사회를 봤다.

   
 

"정부 취업률에 혈안 … 교육기능은 상실"

하인호 교사(사회) :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학생이라면 졸업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교육과정의 일부다. 그런데 취업률을 이유로 일찌감치 사업체로 보내다 보니 이에 따른 학습권 침해·저임금노동자로만 여기는 노동력 착취와 인권유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파견형 현장실습을 둘러싼 논의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좌담회를 갖게 됐다.

강연흥 교장 : 지난해 9월 교장으로 오자마자 현장실습 업무가 시작됐다. 모든 아이들은 물론 담임선생님들과도 면담을 했다. 회사가 어떤 곳인지, 현장에 직접 가봤는지,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를 검토하면서 실습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이 많이 낮아졌다.(웃음) 교사들에게 학생들 열심히 교육시켜서 최저임금 수준의 직장에 내보낸다면 직업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고 졸업생이 취업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하고 있다. 직무능력을 제대로 키워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도록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지 확인하고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취업률이 뚝 떨어진 거다.

조성신 교사 : 현장실습이 취업을 전제로 내보내는 것이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가장 고민스럽다. 70~80년대까지 직업교육 시스템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기능인력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진학쪽으로 많이 이동했다. 90년대 이후는 실제 기능인력을 필요로 하는 좋은 일자리도 많이 줄었다. 교사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최정우 국장 : 현장실습 특성화고 학생들은 일반 노동자와 똑같이 일한다. 실습인지 파견노동자인지 구분이 안 된다. 사실 민주노총은 학생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사건에 대응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현장실습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거나 제도개선을 요구하지는 못했다. 금속노조·화섬연맹 등과 함께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논의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수도권·지역 특성화고 취업 경쟁 심화

사회 : 구의역 사고와 비슷한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이번에 사건이 크게 부각됐다. 컵라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청년의 죽음이라는 면도 있지만 노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닌지 곱씹게 된다. 민주노총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보는 이유다.

최민 활동가 : 현장실습은 교육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더 배우는 것도 없다. 노동자로서 자기 힘을 가진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배우지도 못하는 이상한 제도가 됐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노동자로 대우도 못 받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업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학생들을 떳떳한 노동자로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강연흥 : 이명박 정부는 늦게 실습에 나가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를 대며 12월께 실시하던 현장실습을 2학기 시작 시점으로 앞당겼다. 이후 지역에서는 수도권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기 전에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3~4월께 현장실습을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을 빨리 내보내려는 이상한 경쟁이 벌어진 거다. 현장실습은 교육의 연장이고 기업은 이들을 쥐어짜는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많은 기업인들은 훈련비용을 매몰비용으로 본다.

조성신 : 정상적인 교육과정은 3학년 2학기까지다. 그런데 현장실습은 보통 9월부터 시작된다.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 현장실습은 문제다. 백번 양보해서 실습을 일찍 보내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실습이 교육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런데 교육형태로 이뤄지는 현장실습을 본 적이 없다. 전부 현장에 투입돼 노동을 하고 있다. 파견형이 아니라 체험형으로 현장실습을 대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 기업이 체험형 현장실습을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다.

   
▲ 정기훈 기자

"학습권 보장·교육기능 강화 방식으로 개선 필요"

사회 : 실습은 실습답게, 취업은 취업답게 되는 게 정상인 것 같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 보나.

조성신 : 결국은 학습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실습시기를 늦춰야 한다. 11월까지는 학교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12월 정도에 취업을 전제로 실습을 나가도록 하면 좋겠다. 학교가 부족한 현장실습을 대체할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 대기업은 여력이 있는데도 직업교육을 시킬 의지가 없고, 중소기업은 의지와 여력 모두 없다. 학교와 산업업종별협회가 공동으로 교육훈련 시스템을 만들면 인력확보도 가능하고 해당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실습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형태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 : 지금 형태의 현장실습이라면 실습생은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 민주노총이 교섭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방법은 없을까.

최정우 : 우리 동료, 조합원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원래 정상 아닌가. 자기의 꿈과 희망을 만들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장실습을 나오는 것이라면 미래 동료라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고 교육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 현장실습생들은 현장에 오자마자 노동자로 일한다. 그러니 동료일 수밖에 없고 동등한 노동자로 생각해야 한다. 현장실습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이뤄지다 보니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노조와 지역 조직들을 총동원해 현장실습 학생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 : 현장실습이 불안정노동을 확산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정우 : 학생들이 몇 개월의 고된 노동을 버티는 이유는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주노동자 문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잘 보이면 한 사업장에서 최장 4년10개월을 일할 수 있다. 사업장 이동은 제한된다. 이것 때문에 인권침해나 부당행위가 빈번하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졸업이나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돼 묵묵히 견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다.

강연흥 : 현장실습 대신 학교에서 졸업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은 가능하다. 그래도 취업과 연계돼 있다는 생각에 현장실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현장실습은 직업문제가 아니라 학교교육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사교육·학벌경쟁으로 미래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과다하게 이뤄지고 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을 줄이려는 사회를 꿈꾸지 않으면 정상적 직업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문제라는 접근 없이는 직업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장실습보다 자긍심 키우는 교육이 더 필요"

사회 : 현장실습을 당장 폐지하면 졸업 후 경쟁에 몰리면서 취업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최민 : 기업맞춤형 인재양성, 취업률 달성이라는 목표가 맞는지부터 봐야 한다. 지금 우리 기술교육·직업교육은 회사를 굴릴 수 있는 인력으로 키우는 게 전부가 돼 버렸다.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기술인 노동자로서 자긍심을 가르치는 게 더 필요하다. 지금 현장실습에서 학생들은 기계 속도에 맞춰 빨리빨리 일하는 법을 익히고, 부당행위를 당해도 참는 법을 학습한다. 세상은 여전히 엉망인데 2월 졸업할 때까지만 학교에서 보호하면 되는 것인지, 결국은 엉망인 세상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사회 : 현장실습이 기형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그런가.

최민 : 파견업체에는 현장실습을 못 보내게 돼 있다. 그런데 안산지역의 경우 사업장 전부가 파견으로 운영된다. 파견업체가 아닌 곳으로 현장실습 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파견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이 안 되니 학교에서도 모른 척하고 파견업체로 보낸다. 파견이나 하청·외주화가 전면화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더욱더 교육이나 훈련에 투자하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연흥 : 특성화고 학생은 전문대 졸업생하고 경쟁한다. 그래서 늦게 취업전선에 나갈 경우 일자리를 못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거다.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준비된 상태로 현장에 나갈 수 있게 하려면 교육훈련과 훈련시설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숙련된 인력을 빼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니 힘들게 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노동인권 교육·체험형 현장실습 유도해야“

사회 : 현장실습을 폐지하면 이후에 대안은 있나.

최민 : 학교에서 올바른 직업인으로 성장시키기는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노동인권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 현장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현장경험이 꼭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파견형·취업형이 아니라 일정 기간 현장에서 일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으로 실습이 이뤄져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이뤄져야 그나마 현장실습이 기능을 할 수 있다.

조성신 : 소득을 특정세력이 독점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직업을 통한 수입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한 개인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도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관점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최정우 :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하는, 저임금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한다. 지금 현장실습 제도는 고용주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다. 이를 학생과 교사, 교육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사회 : 일·학습 병행제와 도제시스템이 현장실습의 대안인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현장실습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최민 : 이번 좌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만 하더라도 현장실습 문제가 대·중소기업 격차나 불안정노동, 수도권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고 지적됐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없는 땜질 식 제도 변화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저 말 잘 듣는 근로자로 만들고, 기업에 맞는 인력을 제공하려는 교육방식을 무력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강연흥 : 현장실습생을 저임금으로 잠깐 사용하고, 다음해에 또 실습생을 받아서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방식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단 현장실습을 무조건 없애서, 학교가 가진 구직활동 기능을 잃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다. 지금은 학교가 그나마 학생들의 최후 보루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현장실습을 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정우 : 현장실습 문제점을 알리고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습이나 현장체험을 나갔다가 술 접대를 강요받거나 산업재해를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세워 주기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의 권리, 자기의 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사회 : 우리가 당장 함께 풀어 나갈 수 있는 숙제는 무엇이 있을까.

최정우 :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업체인 은성PSD 노동자 중 특성화고 학생들이 15%가량 된다. 공공부문에까지 현장실습 문제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런 실태를 민주노총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죄송스럽다. 노동안전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표준현장실습계약서가 잘 작성돼 있는지 파악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 교사·청소년단체들과 함께하겠다.

최민 : 스크린도어 사건을 계기로 실습생 안전과 건강 문제를 함께 제기했으면 좋겠다. 현장실습 학생을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실습 전 안전보건교육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자. 이번 사건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점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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