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다음달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공공기관들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속속 결정하고 있다.

30일 금융·공공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에만 철도공사(코레일)·국민연금공단·콘텐츠진흥원·교육학술정보원·한국전력기술·조폐공사·한국공항공사·장애인고용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폴리텍대학·수출입은행 등 11개 기관에서 이사회를 열거나 서면이사회로 대체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안을 통과시켰다.

◇코레일 이사회 성과연봉제 확대 의결=코레일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의결했다.

코레일은 보도자료를 내고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해 성실하게 노조와 대화에 임했으나 논의가 좁혀지기보다는 도입 여부만을 놓고 노조와 평행선을 달려왔다"며 "더 이상 지체하는 것은 공사나 직원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코레일은 노조와 성실히 대화에 임했을까. 코레일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성과연봉제 관련 보충교섭을 노조에 요구했다. 노조가 이달 16일 보충교섭을 수락하면서 20일 1차 교섭이 열렸는데, 교섭 시작 일주일 만인 지난 27일 2차 교섭에서 공사는 돌연 "보충교섭 요구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1차 교섭에서 공사가 노조에 제시한 '성과연봉제 설계(안)'보다 임금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보충교섭을 철회하겠다는 얘기다. 노조가 "일방적인 교섭철회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코레일은 사흘 만에 서울사옥 출입문을 봉쇄하고 이사회를 강행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전국지부장회의를 열어 사측의 이사회 강행을 교섭결렬로 간주하고 다음달 22~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이사회를 열려다 노동계가 추천한 이사와 노조가 반대하자 회의를 취소하고 서면이사회로 대체해 성과연봉제 확대를 의결했다.

건강보험공단도 같은날 서면이사회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공단은 노동계 추천 비상임이사에게는 찬반의사를 묻는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표균 건강보험공단노조 위원장은 "이사회 16명 중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이사들은 쏙 빼놓고 서면으로 찬반을 물었다"며 "8~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고용공단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려다 노조가 찾아가자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호텔로 장소를 바꿔 이사회를 열었다. 폴리텍대학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이사회를 진행했다.

수출입은행도 같은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수출입은행을 끝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기업 모두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했다.

◇가스공사, 노조 설득으로 이사회 정회=이사회를 열려다 노조 반대로 무산된 곳도 있다. 가스공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노조가 이사들을 설득해 회의를 무산(정회)시켰다. 정영삼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사무처장은 "이사들에게 '합리적인 성과평가 틀이 있다면 노조도 받아들이겠지만 임금격차가 20~30%씩 차이 나는 건 맞지 않다'고 설명하니까 '20~30%나 임금격차가 나는지 몰랐다'거나 '회사 설명과 다르다'며 놀라워했다"며 "회사가 이사들에게 성과연봉제 내용을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안건을 통과시키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7일 공단 서울 남부지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려다 노조에 막혔다. 근로복지공단노조는 26일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조합원 3천145명 중 2천794명이 참여한 가운데 2천667명(95.45%)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오충식 노조 정책실장은 "공단이 31일 서면이사회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공단 앞에서 천막농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대표자회의를 열었다. 공대위는 다음달 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이 열리는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집회를 연다. 같은달 18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10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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