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는 조합원 5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가 기존 1천시간에서 2천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동안은 0.5명에 해당하는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전임자)만 둘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풀타임 전임자 1명을 둘 수 있게 된다.

김동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오전 과천 고용노동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타임오프 한도 재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근면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11시50분까지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의결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풀타임 전임자 인정=기존에는 조합원 50인 미만 사업장은 0.5명에 해당하는 파트타임 전임자를, 조합원 50~99인 사업장은 1명의 풀타임 전임자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재조정된 타임오프 한도에 따르면 조합원 1~99인 사업장은 일괄적으로 풀타임 전임자 1명을 둘 수 있다.

이는 타임오프 시행 이후 조합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는 근면위 실태조사를 근거로 한 것이다. 김동원 위원장은 “근면위 실태조사나 지난해 노사관계학회 조사 모두에서 조합원 50인 미만 사업장 노조의 고충처리·산업안전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며 “실제 타임오프 실시 후 이들 사업장 노조의 평균 전임자수가 0.6명에서 0.3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근면위는 이번 조치로 조합원 50인 미만 사업장의 전임자수가 타임오프제도 도입 이전 수준(0.6명)은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재조정된 타임오프 한도는 전국에 분포된 사업장에 대해 타임오프 가중치를 두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조합원 1천명 이상 사업장 중 조합원 5% 이상이 분포된 광역자치단체의 개수를 기준으로 기존 타임오프 한도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2~5개 지역에 분포된 사업장은 10%의 가중치를, 6~9개 지역에 분포된 사업장은 20%의 가중치를, 10개 이상 지역에 분포된 사업장은 30%의 가중치를 적용한다. 백화점이나 농협 같은 전국 분포 사업장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등 여러 지방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도 수혜 대상이다.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문제 어떻게=한편 노동계의 주요한 요구사항이었던 상급단체 파견전임자를 타임오프 한도에 포함시키는 내용은 이번 타임오프 한도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근면위 공익위원들은 노동부장관을 상대로 권고안을 냈다.

김 위원장은 “타임오프 도입 이후 노조 연합단체의 활동이 위축되고, 단위 사업장 노조의 전임자를 상급단체에 보내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내용을 권고안에 담았다”며 “정부가 이를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자체 타임오프 한도 매뉴얼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논란거리였던 교대제 사업장의 타임오프 한도 재조정 여부도 이번 타임오프 한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어느 통계를 봐도 교대제 사업장에 전임자가 더 필요하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전임자들이 교대시간 전까지만 근무하고, 야간에 남아서 근무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면위는 앞으로 경제상황이 급변하거나 노사갈등이 증폭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타임오프 한도를 재심의 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 반발, 갈라진 노동계=이번 결정에 대해 경영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총은 공식입장을 통해 “경영계의 반대에도 근면위는 타임오프 한도를 과도하게 확대하도록 결정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타임오프 한도를 두 배로 확대하고, 재정능력이 충분한 조합원 1천명 이상 대규모 노조에 대해서까지 사업장이 지역적으로 분포돼 있다는 이유로 타임오프 한도를 최대 30%까지 높이도록 한 것은 과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입장은 반으로 나뉘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사정 일자리협약 같은 정부정책에 일부 노동계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정치적 의도와 거래로 시작된 근면위 논의는 거래라고 보기에도 민망하고 초라한 결과로 마무리됐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한도시간을 늘린 조정 결과도 거래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타임오프 제도 도입 이후 정부의 지나친 지배와 간섭으로 노사자율이 침해 받고 노조활동이 위축된 점을 고려할 때, 가장 열악한 조건 속에서 노조활동을 전개하는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조의 타임오프 한도가 조정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노총의 비판은 민주노총 스스로 대기업 정규직노조만을 대표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노동현장의 고통을 외면한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일문일답] 김동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

김동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과천 노동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재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앞으로는 특별한 상황에 한해서만 타임오프 한도를 재심의 하기로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재심의를 안 하나.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문구 그대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특별한 상황이 발생해 반드시 타임오프 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변경하겠다는 말이다. 특별하지 않을 때에는 변경하지 않는다. 특별한 상황이란 경제위기나 노사문제 심화 등이 포함된다.”

- 특별한 상황은 누가 판단하나

“노동부장관이 판단한다. 장관이 타임오프 한도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근면위 요청하면, 근면위에서 조정을 거치게 된다.”

- 이번 타임오프 한도 조정으로 실제 늘어난 전임자수는 몇 명인가.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단 조합원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타임오프 시행 전인 2010년에는 평균 전임자수가 0.6명이었는데, 올해 실태조사를 다시 해보니 전임자수가 평균 0.3명으로 줄었다. 이무런 법적 제한이 없었을 때 평균 0.6명이었으므로, 이번 한도 재조정으로 이 정도 수치는 회복할 것으로 본다.

전국에 분포된 사업장은 전체 111곳이다. 이들 사업장에 가중치를 부여하면 총 100여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제 밤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확한 계산을 하지 못했다.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 전국 분포 사업장 중 타임오프 가중치를 적용받게 될 사업장들은 주로 어떤 업종인가.

“조합원 1천인 이상 사업장 중 백화점·은행·자동차·자동차부품사 등이 해당된다. 특정 업종에 편중되진 않았다.”

- 상급단체 파견전임자를 타임오프 한도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빠졌다.

“상급단체 파견자를 타임오프 한도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익위원 권고안을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의 정의에 연합단체도 포함된다. 또, 상급단체 활동도 넓은 의미의 노조유지 활동에 포함된다. 일부 법원도 상급단체 활동이 타임오프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된 뒤 노조 상급단체의 활동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단위 사업장의 전임자를 상급단체에 보내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러한 내용을 공익위원 권고안에 담았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판단할 것이다.”

- 교대제 사업장에 타임오프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은 이번에 왜 빠졌나.

“어떤 통계를 봐도 교대제 사업장에 전임자가 더 필요하다는 증거를 못 찾았다. 왜 이럴까 사례연구 해보니, 교대 사업장의 전임자들이 교대시간까지는 근무를 하지만 야간까지 남아서 근무를 하지는 않았다. 밤새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노조간부는 없다는 것이 근면위의 결론이다.”

- 이번에 대기업노조의 전임자를 늘리지 않았다. 그 이유로 해당 노조의 충분한 재정여력을 들었다. 그런데 조합원 1천명 이상 사업장 가운데 전국 흩어진 곳 대부분이 대기업이다.

“조합원 1천명 이상 전국사업장 중에는 대기업도 있다. 그러나 전국에 사업장 숫자 많다고 해서 사업의 크기까지 큰 것은 아니다. 업무의 성격상 농협이나 금융기관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고, 현대차 같은 대공장은 전국 3군데서 공장을 운영한다.

대기업이면서 전국에 사업장이 분포한 경우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근면위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따로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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