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위탁업체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 피해자인 상담원 A씨는 이달 7일 발행된 1쪽짜리 회사 교육자료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료 맨 끝에 삽입된 만화의 내용이 흡사 자신을 겨냥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14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교육자료에는 “닌자의 세계에서 룰이나 규칙을 어기는 놈은 쓰레기 취급을 당하지”, “동료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놈은 그 이상의 쓰레기”라는 대사가 적힌 4컷짜리 만화<사진 참조>와 함께 붉은 글씨로 “우리는 그런 소중한 동료의 인연으로 오늘을 함께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지금 나 보라고 이런 만화를 실은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다산콜센터 위탁업체 중 하나인 (주)MPC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회사가 사내 교육자료에 마치 피해자를 겨냥해 압박하는 듯한 만화를 실어 2차 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만화가 실린 ‘더 나음을 위한 한걸음’은 MPC가 1주일에 두세 차례 발행하는 서울시정 관련 교육자료다. 위탁업체 교육강사들이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만화가 실린 교육자료는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가 이달 6일 서울시청 앞에서 성폭력 사건 폭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다음날 배포됐다.
그동안 일부 관리자들로부터 “○○○(가해자)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회사 내에서 일어난 일을 왜 외부로 발설했냐”는 말에 시달렸던 A씨는 만화를 본 뒤 “나를 지칭하는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하소연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피해자가)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MPC 담당매니저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걸음 교육자료가 너무 딱딱하고 무겁다고 해서 중간 중간 만화 컷을 실은 적이 몇 번 있다”며 “이번 만화도 동료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의미이지 피해자를 지칭할 의도로 넣은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회사가 되레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행동으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회사측은 최근 가해자의 목소리로 녹음된 교육음성파일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가 지부의 항의를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김영아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장은 “교육음성파일 사건도 그렇고, 안 그래도 민감한 시기에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회사는 책임있는 자세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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