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상사의 성희롱을 밝힌 후 회사로부터 "가해자와 화해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회사는 A씨를 불러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겠냐. 다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니 "감사에서 업무상 배임으로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회식 후 귀가하는 차 안에서 직장상사인 C씨로부터 강제키스를 당할 뻔했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오히려 B씨를 불러 "(C씨를) 용서해 줘라", "술을 마셨으니 그럴 수 있지 않냐"며 화해를 종용했다. "밖에 나가서 얘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요구도 했다.

성폭력 예방책임이 있는 회사가 가해자 편을 들거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아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이 '2012년 여성노동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상담(279건) 중에서 직장 내 성희롱(125건, 44.8%)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나 상사에 의한 성희롱이 87.5%를 차지했다. 피해자들은 회사에 문제제기를 해도 조직적 축소·은폐 압력·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위탁업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도 이 같은 사례에 속한다. 성폭력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분리조치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해자는 승진까지 했다. 위탁업체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필요한 처리절차를 밟고 있다"며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를 마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확대 재생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관계자는 "직장 내 성희롱은 그러한 행위가 묵인·재생산되는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해프닝이 아니라 피해자와 구성원의 노동환경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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