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MBC·KBS 노동자들이 ‘언론장악 MB심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현미 기자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노동자들이 23년 만에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신문과 방송에 이어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까지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체 언론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공병설)는 15일 오후 서울 수하동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박정찬 사장의 연임을 막고 공정보도의 기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이날 오전 6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89년 편집국장 복수추천제 등을 놓고 파업을 한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지부는 이날 파업투쟁 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우리의 위치가 우리를 인내하게 했지만 이제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에도 차마 끄지 못했던 통신의 불을 끄려 한다”고 밝혔다. 공병설 지부장은 “박정찬 사장 재임 3년 동안 공정보도·국민신뢰·사내 민주주의·합리적 인사 등 모든 것을 잃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의 파업은 다른 언론사의 파업과는 파급력에서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연합뉴스로부터 뉴스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가 파업을 하면 다른 언론사의 보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국내 기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특파원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지부 소속 특파원 조합원 30명 중 27명이 지난 14일 밤 메신저로 총회를 열고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정보주권을 지키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기 위해서는 공정보도가 전제돼야 한다”며 “노조 지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파업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가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이날 현재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사는 국민일보·MBC·KBS·YTN 등 5곳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언론노동계 총파업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게릴라파업을 벌이고 있는 YTN지부는 16일 오전 6시부터 19일 오전 9시까지 2차 파업을 벌인다.

언론사 노동자들의 요구는 사장 퇴임과 공정보도 회복으로 거의 동일하다. 특히 이날부터는 "낙하산 사장 퇴진" 구호를 넘어 공정보도 훼손의 책임을 묻는 "MB 심판"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언론을 파탄낸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낙하산 사장을 폐기하라”며 “모든 싸움이 승리로 끝나는 날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을 국민 앞에 맹세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언론학자 93명은 방송사 파업 지지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방송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라”며 “김인규 KBS 사장·김재철 MBC 사장·배석규 YTN 사장은 전국의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방송 파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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