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과 철도 등 공공기관 용역·자회사 노동자들과 건강권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현장 인력부족 문제와 그로 인한 건강권 문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공공기관 자회사에서 일하는 공항·철도·난방 노동자들이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을 촉구하며 이달 연쇄파업을 한다. 노동자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내몰리며 건강권을 위협받고 시민의 안전마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인천국제공항보안·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공항시설관리에서 일하는 보안·청소 노동자와,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자회사 지역난방안전 소속 노동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소속기관으로 정규직 전환을 논의 중인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3일부터, 지역난방안전지부는 25일부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고, 코레일네트웍스지부·철도고객센터지부는 28~29일 전면파업을 경고한 상태다.

인천공항 시설·운영·보안 자회사 정원에 11% 부족
“3~4명이 맡던 청소 구역 혼자 담당”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늘길이 열리며 여행객이 급증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줄어든 인력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3개 자회사 정원 9천854명 중 현원은 8천774명(지난 8월 기준)으로 1천80명(11%)이 부족한 상태다. 자회사별로 보면 인천국제공항보안,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인천공항시설관리 각각 597명(16.3%), 300명(12%), 183명(5%)이 정원에 비해 부족하다.

인천공항 외곽 초소에서 직원·차량 보안검색과 경비업무를 하는 이동혁씨는 3조2교대로 ‘주주야야비휴’ 근무를 한다. 야간근무를 이틀 연속 할 때에는 이동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사에 마련된 간이숙소에서 잠을 자곤 한다. 야간근무시 휴게시간(3시간)이 있지만 휴게실이 계류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탓에 항공기 이동에 따른 진동과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단다. 이씨는 “피로 회복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교대근무와 저임금으로 결원이 600명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인력부족으로 보안사고가 일어나지 않을지 늘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김순정씨도 코로나 이전에 3~4명이서 담당하던 구역을 혼자 도맡아 청소할 때가 많다고 한다. 김씨는 “혼자 다용도 구역을 담당하면 전에는 40분이 걸렸는데 지금은 80분이 걸린다”며 “신규채용을 해도 모집인원의 절반 정도만 들어오고, 주 6일 근무여서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환경미화원은 오전조(오전 7시~오후 3시30분), 오후조(오후 1시30분~밤 10시), 야간조(밤 10시~오전 7시)로 고정돼 주 6일 일한다.

“고척스카이돔 인근 구일역 역무원 3명이 시민안전 책임져야”

시민의 안전과 연결돼 있는 철도노동자들은 인력부족에 따른 안전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코레일이 자회사에 위탁한 1호선 구일역이 특히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비롯한 행사가 열릴 때 많은 인파가 몰리기 마련인데 인력부족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일하는 이민호씨는 “구일역은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서 최소 10명 이상의 역무원이 필요한데 코레일이 직접 운영할 땐 10명을 투입하더니 자회사에 외주화한 뒤 6명으로 운영하게 했다”며 “2016년 고척스카이돔과 서부역이 생기면서 더 많은 역무원이 필요한 데도 3명만 충원했고, 구일역·서부역 합해서 역무원 9명, 동시간대에는 고작 3명이서 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안전을 치안으로 축소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시민사회는 어느 때보다 위험과 안전에 대한 요구와 인식이 높아졌는데 정부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요구를 불만이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 노동자 인력감축이 방만경영의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공공의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시민의 안전을 개별노동자의 도덕적 사명감과 개별적 시민의 질서의식으로 전가하는 것은 나쁜 공공성을 양산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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