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3일 서울대병원과 국민건강보험콜센터 노동자의 파업에 이어 24일 0시를 기해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했다. 25일에는 조리실무사·특수교육실무사·초등돌봄전담사 등 학교비정규직이 파업을 한다. 또 28일 인천공항·지역난방·철도 비정규직(자회사) 노동자가,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노조가 파업을 이어 간다. 다음달 1일 대구지하철노조, 2일 철도노조 파업도 예정돼 있다. 대부분 물류·교통·학교·병원 등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국가’를 상대로 한 파업이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한 무관용 원칙’만 강조하고 있어 노정 간 강대강 대결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3년짜리 안전 필요없다” “죽음의 급식실, 폐암 대책 마련하라”
안전운임· 안전인력 확충, 민영화·구조조정 중단 요구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만1천명이 전국 16곳에서 동시에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 1천여명이 모였다. 이들의 요구는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와 적용 차종과 품목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겨우 생활비를 가져가는 화물노동자는 더는 죽음과 고통을 연료 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며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도”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5일 하루 파업을 앞두고 있다. 전국에서 최대 8만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비정규직의 요구는 ‘차별 없는 임금체계 마련’과 ‘급식실 폐암 산재 대책’ ‘지방교육재정 감축 중단’ 등이다.

23일부터 파업 중인 서울대병원과 파업을 앞두고 있는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중단이다. 당초 25일까지 사흘 파업을 할 예정이던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병원측이 교섭에도 나오지 않자 이날 무기한 파업으로 전환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과 노력을 강요하더니 지금 정부와 병원은 노동자를 인력 축소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연쇄파업을 ‘10만 대정부 공동파업-총력투쟁’으로 부른다. 이태원 참사와 잇단 중대재해에서 드러난 국가책임의 ‘부재’를 묻고, 공공부문 노동현장에서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인력과 제도를 확충하라는 취지다. 대정부 공동파업은 다음달 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10만명 규모의 파업결의대회가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동력, 12월 노조법 개정 국면으로 이어질까
정부는 ‘불법파업 무관용 원칙’만 되풀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운임제는 당초 도입 목적인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고 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약속한 바 없다”며 화물연대 파업을 ‘정당성 없는 집단운송거부’라고 몰아붙였다. 또 정부는 ‘파업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강조하며 책임을 노조쪽에 전가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돌입으로 인해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노동부는 국민경제·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정 간의 대결구도는 다음달 국회 앞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국이 끝나면 30명 미만 사업장에만 1주간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주 60시간제) 일몰을 추가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 굵직한 쟁점들이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공공운수노조의 대정부 공동파업 여파가 노조법 개정 국면까지 이어질 여지가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 등 93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4개 정당이 참여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9일부터 단식농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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