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운동본부가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두성산업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미치는 영향’ 긴급 토론회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위헌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1호’ 사건의 당사자인 두성산업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려고 제정된 법률의 핵심 목적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확성·과잉금지·평등 원칙’ 위배 주장
“음주운전 사망보다 형량 높아” 논리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운동본부는 18일 오후 ‘두성산업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을 열고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수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와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제하고,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권미정 사무처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는 올해 2월 노동자 10여명이 유해화학물질에 급성중독을 일으켜 대표이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지난 5일 창원지법에서 3차 공판이 진행된 후 두성산업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화우가 13일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번 신청은 법원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헌재 판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화우의 청구를 인용해 헌재에 제청할 경우 재판은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그러나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청구인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기각 결정 통지 3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헌재의 판단이 사실상 예정돼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헌재의 위헌결정이 나오면 소급 적용돼 두성산업은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두성산업측의 청구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화우가 내세우는 위헌 주장의 핵심은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구체적으로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법률 4조1항) △과잉금지의 원칙(법률 6조)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법죄와 형벌은 법률에 의해 규정돼야 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성요건이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이 음주운전 사망시 형량보다 높다는 논리까지 끌어왔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이 정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취지다.

“안전시설 전무해 기소, 명확성 주장 모순”
“음주운전 가중처벌 쏙 빼고 법정형 높다? 어불성설”

그러나 법조계는 위헌 주장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을 저지하려는 목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수진 변호사는 “중대재해를 야기한 행위보다 음주운전 사망이 더 죄질이 무겁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충격적”이라며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이 어떤 시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두성산업 변호인이 음주운전 사망의 가중처벌 여부는 제외한 채 교통사고처리법 조항만 언급해 법정형이 높다는 주장도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음주운전 사망은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인 위험운전치사상죄로 가중처벌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실무상 입증 곤란 문제로 교통사고처리법으로 처벌되는 점을 교묘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명확성의 원칙’의 위배 주장도 기소 과정을 보면 타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두성산업과 같은 혐의를 받았던 대흥알앤티는 ‘형식적인’ 안전관리체계가 존재했다는 이유로 불기소됐다”며 “두성산업은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시설이 전무해 기소됐는데,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규정이 모호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위헌 재판의 상대방인 법무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임 변호사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합헌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태의 부위원장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소극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시행령 개악 저지와 법 개정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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