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준표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기소 1호 사건의 당사자인 두성산업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성산업 재판이 곧 종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청 신청 인용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조만간 신청 인용 여부 결정
인용시 사실상 중대재해 재판 ‘정지’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할 것을 법원에 촉구했다. 이들은 단체와 개인이 서명한 탄원서를 이날 창원지법에 우편 발송했다.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인용 여부에 따라 나머지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월 노동자 16명이 유해화학물질에 급성중독을 일으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 등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해 10월 재판부인 창원지법 형사4단독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두성산업의 신청을 인용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판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법(42조)에 따르면 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위헌 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헌재가 위헌 심리에 들어가면 다른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건도 재판이 멈출 확률이 높다.

재판부는 18일 두성산업측의 6차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 결과에 따라 조만간 공판기일을 정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제청 신청을 기각하면 두성산업측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방식도 열려 있다.

전문가들 “경영책임자 처벌 조항, 합헌”
“중대재해 기소건, 적용대상 5% 불과해”

재판부가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1년여 만에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위헌 주장은 ‘경영책임자 처벌’을 저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두성산업측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합헌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대재해전문가넷 대외협력국장인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탄원서 요지를 통해 “기업 경영자에게 중대재해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가피한 최후수단으로서 과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책임자 처벌은 ‘책임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전문제 예방과 대응체계를 수립·관리하는 것이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결단은 그동안 계속돼 온 재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며 “사법부의 해석으로 일부 구성요건은 보완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재계가 내세우는 ‘실효성 논란’도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건수는 지난해 연말까지 단 11건으로 적용대상의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만큼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강제할 법은 없다”고 말했다. 기소 건수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는 “독성간염을 유발할 정도로 열악한 작업환경을 방치한 경우 사업주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더는 이렇게 야만적인 작업환경 속에서 직업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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