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찾기유니온

5년간 마루시공자로 일한 송영희(45)씨는 건설현장에서 기본적인 생리현상조차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300~400명이 일하는 작업현장에서 간이 화장실은 2~3개 수준이고 이마저도 거리가 멀어서 왔다 갔다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넘게 일하는 동안 현장에선 대부분 참고 식사시간에 식당 화장실을 이용하곤 한다. 송씨는 “여성 시공자들은 화장실을 안 가려고 참다 보니 방광염이나 변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올초 ‘완경’이 됐는데 화장실 이용 횟수가 줄어들어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아파트 벽에서 인분이 발견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건설현장의 열악한 화장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작업 마지막 단계인 마루시공 노동자들은 그나마 있는 화장실을 철거해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전 공정에서 발생한 오물처리까지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을 노동법 테두리 안으로 끌여들여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주자-건설사-마루회사 다단계 하청
무릎·허리 ‘골병’ 들어도 산재인정 힘들어

권리찾기유니온과 한국마루노조(위원장 최우영)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루를 생산·시공하는 업체 대다수는 마루시공 노동자들을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계약의 형식을 프리랜서로 위장해 노동법과 사용자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노조 설명을 종합하면 마루시공 노동자는 발주자-건설사-마루회사(제조·시공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평당 단가(1평당 1만원)’를 받고 일한다. 마루시공은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공사가 시작되고 1~2개월 정도로 공기가 짧은 탓에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하루 13~14시간, 주 80시간을 일하는 데다 주말은 물론이고 선거일·공휴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다.

산재은폐와 관리자 갑질에도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12시간 이상을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는 만큼 무릎관절과 허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최우영 위원장은 “일하다 무릎을 다쳐서 산재신청을 하려고 하자 관리자가 ‘산재신청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일 못한다’고 말했다”며 “산재승인을 받아도 (127개 건설노동자 직종에 등록되지 않아) 일용직 보통 인부로 분류돼 (다른 건설노동자와 비교해 산재보험급여 받는) 임금 차이가 많이 나서 결국 아파도 참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 작업 후 널브러진 쓰레기 처리,
마루시공 아닌 업무까지 맡아”

관리자에게서 상시적 업무지시를 받을 뿐만 아니라 마루시공 업무와 무관한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씨는 “다른 공정 작업 후에 남긴 시멘트 가루와 널브러진 각종 쓰레기, 짐들이 많아서 치워 달라고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스스로 치워 가며 일을 한다”며 “갑작스럽게 비가 올 때 창문을 닫으라고 관리자가 지시한 적이 있는데 꼭대기층부터 1층까지 방마다 여러 개인 창문을 모두 닫느라 업무시간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마루시공 노동자 7명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서울고용노동청에 근로자지위 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했다. 진정서에는 △화장실 이용 차별 △임금체불 △임금명세서 미교부 △법정노동시간 초과 △연차유급휴가 미부여 △퇴직금 미지급 △안전조치 미준수 등이 진정 이유로 적시됐다. 마루시공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해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은성 공인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는 “사용자성 은폐는 결국 쉬운 해고와 관리소장의 갑질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종속적인 구조에서 이의제기는 어렵고 불합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 노무사는 “단순히 빼앗긴 임금, 떼인 돈 받는 것을 넘어서서 최소한의 보호장치 없이 일하는 노동환경을 바꾸고 산업 전반의 고질적 병폐를 뿌리째 뽑아 내겠다는 게 진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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