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저는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하는 파워공 최상민(가명·51)씨는 19일 동료들의 집단 작업거부에 동참했다. 낮은 임금보다 분노스러운 것은 위험한 작업 환경이다. 10년 넘게 파워공으로 일해 온 그는 비슷한 시기 함께 일을 시작했던 친구 네 명을 일터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두 명은 강도 높은 파워공 일에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려 조선소를 떠났고, 다른 두 명은 작업 중 추락해 무릎·허리 골절과 뇌출혈 등이 생겨 일할 수 없는 몸이 됐다. 네 명 모두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최씨에게 작업거부 이유를 묻자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고 일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나도 언제 (친구들처럼) 그렇게 될지 모르니깐요”라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전남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 파워공들은 지난 15일부터 안전조치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일손을 놨다. 집단 작업거부 인원은 계속 늘어 이날 기준 250여명으로 알려졌다. 정후산업·유선마린텍·준경·신안산업·세웅산업 5개 도장업체 소속으로 대부분 비조합원인데,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서 본공으로 일하는 파워공 대다수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안전조치 개선에 집중됐다. 사고 위험이 큰 론지(배 주판의 길이 방향 보강재) 2단 이상 작업은 공인자격증인 국제자격증 소지자가 수행하도록 하고, 블록과 블록을 연결하는 (용접) 작업 공간에 족장 설치, 이동식 작업대(우마)를 월 1회 정기 점검 및 불량인 경우 폐기·교체하라는 요구다. 이 밖에도 곤도라 작업에도 고소차 작업자와 동일수당 지급, 기본급 12만7천원에서 1만5천원 인상, 연차 사용을 주장했다. 하청업체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파워공들은 임금에 미사용 연차수당이 포함돼, 사실상 연차를 사용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놀란 5개 업체는 급하게 노동자 대표와 대화에 나섰지만 노사는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현대삼호중 파워공들의 집단행동에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민수 파워 하청노동자 대표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과거에도 파워공들이 작업을 거부한 적은 있지만 특정 업체 파워공이 먼저 시작하면 며칠 뒤 다른 업체 파워공이 참가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번 집단 작업거부는 정확히 같은 날 함께 시작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조 조직 확대도 예상된다. 이날 집단 작업거부에 참여한 하청노동자 중 적잖은 인원이 지회 가입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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