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후보지로 거제에 있는 ‘저도’를 떠올린 모양이다. 지난 21일 출근길에 “(대통령들이) 여름휴가 때 저도를 계속 갔다고 하는데 거제도라서, 대우조선 때문에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는데, 저도에는 ‘청해대’로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여름휴가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한 대통령에게 옥포도 추천하고 싶다. 대우조선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 옥포는 구슬 ‘옥’자가 지명에 들어갈 정도로 유려한 해안 포구다. 풍랑을 피하기 좋은 지형이라 예부터 군사요충지로 사용되지 않았더라면 분명 해금강과 함께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배를 짓는 육중하고 거대한 구조물 사이에서 위태롭게 일하는 조선 노동자들을 꼭 봤으면 한다. 그리고 8년 전 22만원이던 일당이 지금은 17만원으로 줄었는데 일은 훨씬 많아져 너무 힘들다는 하청노동자들도 만났으면 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작업할 때 필요한 손전등이나 안전화도 받지 못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구입해 일하고 있는 조선소 발판공(족장·비계 작업자)들이 고작 2만원인 생명수당을 받으며 목숨 걸고 일하는 숨막히는 현장을 느꼈으면 한다.
그러고 나서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과 원칙’을 따졌으면 한다. 그럴 때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규범인 법이 합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파업의 불씨는 지난해 3월 삼성중공업에서 시작한 파워공(선박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파워그라인드 작업자)의 작업거부였다는 점이다. 노조원도 아닌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파워공들은 작업장에 삼삼오오 모여 “삭감된 일당으로는 더 이상 일 못하겠다”며 ‘일당 2만원 인상’을 내걸고 일손을 놓았다. 30여명이 시작한 ‘작업거부’에 닷새 만에 300여명이 동참했고, 이들은 거제공설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파워공들의 작업거부 농성에 놀란 쪽은 금속노조였다. 당시 노조는 생각지도 못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 김미영 기자

조선소 파워공들은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떠돈다. 삼성중공업 파워공의 투쟁은 한 달 뒤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겨붙었다. 20일간 작업을 거부한 대우조선 파워공 400여명은 지난해 4월26일 대우조선해양 9개 사내도장업체 대표와 일당 18만원, 잔업수당 2만원에 합의했다. 이들 파워공들의 작업거부와 임금인상 합의가 올해 발판·의장·탑재·조립·도장 등 22개 업체 하청노동자들 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공권력을 투입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50일 넘는 파업을 강제로 해산하고 ‘불법’을 종식시키겠다고 벼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또 어디선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일손을 놓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한국 조선산업이 다시 올라선 세계 1위를 지키려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에 숙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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