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심화한 제조업과 조선업 등의 구인난을 해소한다며 다음달부터 조선업 9천명을 포함한 외국인력 도입 확대에 나선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낮은 임금과 위험한 작업환경 개선 같은 근본대책을 외면한 대증요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9월부터 조선업 용접·도장공 9천명 도입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오전 4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조선업을 비롯해 뿌리산업 등 제조업과 농축산업에 외국인력 쿼터를 늘리고 신속한 입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최근 구인난은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력 입국지연과 대면서비스 업황회복에 따라 인력수요가 급증해 발생한 일시적 요인과, 열악한 노동환경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현장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월 1만명 이상 신속 입국시켜 연내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뿌리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외국인력 쿼터를 기존 1만480명에서 1만6천480명으로 6천명 늘린다. 농축산업도 현행 1천624명 쿼터를 2천224명으로 늘린다. 두 산업 모두 재입국자쿼터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우선 데려온다는 것이다.
조선업은 용접과 도장공 같은 전문인력 쿼터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전문인력 비자(E-7)를 개선한다. 이를 통해 9월 이후 최대 9천명을 도입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법무부와 논의해 비전문인력(E-9) 비자를 가진 노동자를 전문인력 비자로 전환하는 쿼터에 조선업 별도 쿼터를 신설한다.
정부 목표는 올해 국내 체류 외국인력을 26만4천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1만8천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7만7천명에 미치지 못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소가 이미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외국인력 수치를 일부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청노동 개선 외면 “기업 민원 듣기”
“외국인력 이탈 우려, 근본대책 필요”
그러나 이런 외국인력 도입은 해당 산업의 노동조건 개선을 외면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로 열악한 조선 하청 노동조건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해 인력을 순증하려는 노력 없이 외국인력을 투입해 급한 불만 끄려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력이 증가하면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금속노조쪽은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을 개선할 근본대책 없이 기업의 민원 들어 주기식으로 외국인력만 늘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시각도 같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이 유지되는 한 도입한 외국인력이 불법적으로 이탈할 우려도 있다”며 “근본대책 병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저임금·고위험 대책과 외국인력 투입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저임금·고위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외국인력 도입의 목적은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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