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황우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사무처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인사혁신처 정문 앞에서 근무시간 선택권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 김황우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사무처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인사혁신처 정문 앞에서 근무시간 선택권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임용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이 모두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며 인사혁신처가 <오징어 게임>처럼 서바이벌 게임을 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정성혜 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장은 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이 근무시간을 선택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공무원임용령 개정을 촉구했다. 2013년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도입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취지가 현장에서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고 노조는 목소리를 높였다.

근무시간 임용권자가 정하도록 규정
일부 기관, 법령 악용해 강제 근무시간 조정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단시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도입했다. 올해로 7년이 됐다. 그런데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은 근무시간을 사실상 강요받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주당 근무시간은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 범위에서 임용권자 또는 임용 제청권자가 정한다. 근무시간 선택권이 사실상 기관장에게 있는 셈이다.

실제 다수의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이 강제로 근무시간이 부여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인 A씨는 지난 4월부터 육아휴직을 한 동료의 업무를 분장받아 주 35시간 일했다. 그런데 7월 정작 자신이 육아휴직을 시작한 당일 대체인력이 뽑히기도 전에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됐다. 당사자는 근무시간과 비례해 육아휴직급여를 적게 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A씨는 “육아휴직 취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과 전일제 공무원 형평성을 위해 주 35시간까지 근무시간을 확대한 법령 개정 취지와 반대되는 부당한 인사운영”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인사고충 심사청구서를 냈지만, 해경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에게 근무시간 선택권을 부여하거나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가 다시 문제를 제기하자 해경은 “인사혁신처에 문의하니 가능하다고 해서 발령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민원실에서 일한 B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말 주 35시간으로 발령받아 올해 12월까지 근무했다. 이후 주 35시간으로 계속근무할 수 있는 부서로 이동해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산자부는 되레 다른 민원실로 발령하면서 근무시간을 주 20시간으로 되돌렸다.

관세청의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120여명 중 100여명은 단체로 근무시간 확대를 요청했는데도 기관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이들 모두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이 고정됐다.

시간 협의 가능한 ‘전환공무원’과도 차별
도입 7년 만에 임용포기 또는 퇴사 속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같은 시간선택제인 ‘전환공무원’과도 차별을 겪고 있다. ‘채용공무원’의 근무시간은 임용권자가 정하지만, 전일제 공무원이 근무시간을 단축한 ‘전환공무원’은 ‘공무원이 원할 때’ 기관과 협의해 근무시간을 짧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퇴사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직(1천841명)과 지방직(4천152명) 등 5천993명의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이 채용됐지만,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재직자는 3천809명에 불과하다. 임용 포기 또는 퇴사율이 40%에 달했다.

노조는 공무원임용령 관련 조항(3조의3 2항)에 ‘공무원이 원하는 경우 임용권자가 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일에는 인사혁신처 실무자들과 만나 실태조사 실시를 포함해 법령 개정 및 운영기준 미비점 개선, 공무원임용령 개정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8일 재차 인사혁신처와 간담회를 하고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김황우 시간선택제본부 사무처장은 “상당수 중앙행정기관은 주 15~35시간으로 임용령이 개정된 지 2년6개월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고정해 경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선택해 근무하면 기관의 인력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공직자로서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책임감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매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오후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세종시 인사혁신처 정문에서 근무시간 선택권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인 시위는 5일까지 계속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