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개정 공동주택 관리법령 시행에 따라 아파트 경비원이 감시업무 외에 분리수거 같은 다른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감시·단속적 근로자’ 굴레를 벗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아파트 경비원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판단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비원이 감시 외 다른 업무를 하더라도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여부는 규정과 판례, 업무여건과 고용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노동부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예고했던 ‘승인 유효기간 3년’ 규정 신설도 빠졌다. 법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의 재검토 여부도 불확실해지면서 중장기적인 개선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심신의 피로도’ 구체적 기준 없이
고용상황 포함 종합 판단하겠다는 노동부

지난 21일 시행에 들어간 공동주택 관리법령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감시업무 외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의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등의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했다.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원은 그동안 감시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는 할 수 없었는데 일부 겸직이 허용된 것이다. 그러면서 경비원이 근로기준법상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하느냐가 논란이 됐다. 감시적 근로자는 감시업무를 주로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다. 이들은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최저 근로기준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부는 지난 2월 공동주택 관리법령 개정에 따라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나온 것이 ‘공동주택 경비원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판단 가이드라인’이다.

그런데 감시·단속 승인 판단기준은 지금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노동부는 “감시적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심신의 피로도’가 다른 노동자보다 높지 않다는 특성 때문”이라며 “승인 여부는 ‘감시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아니라 심신의 피로도가 높은지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신의 피로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공동주택 단지마다 상황과 여건이 모두 달라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여부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가이드라인은 경비원의 다른 업무가 △규칙적으로 자주 수행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거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심신의 긴장도가 높고 부상의 위험이 있거나 △종합적으로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 감시적 근로자에서 제외된다는 원론적인 기준만 제시됐다.

노동부는 냉·난방 시설 구비, 유해물질·소음 차단, 월 평균 4회 이상 휴일 보장 등 경비원의 휴게시설과 노동조건 기준을 담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도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도 모두 갖춰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승인받을 수 있다.

‘승인 유효기간 3년 규정’ 빠져
“근로기준법 개정해야”

당초 노동부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유효기간’을 3년으로 설정해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승인요건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장에는 일정 기간 승인이 제한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선방안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빠졌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제처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하위법령보다는 법률로 담아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고 승인을 취소나 승인 신청을 제한하는 근거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경비원의 감시업무 외 다른 업무의 겸직이 공식화된 데 따라 감시·단속적 근로자 판단기준도 달라져야 하지만 이를 주의 깊게 판단하거나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3년마다 승인 유효기간을 재검토한다는 규정 신설도 후퇴해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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