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전국민주일반노조가 지난 6월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를 선언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겸직을 허용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10월 시행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감시업무 외에 정신적·육체적 피로도가 심화하지 않도록 겸직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예외로 두겠다는 뜻이다. 노동자 보호 방안은 마땅히 마련되지 않아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8월 노사 의견을 수렴해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에 겸직이 가능해진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심신의 피로가 적고 휴게나 대기시간이 많은 노동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승인한다.

“겸직 허용하는 감시·단속적근로자 될 것”

아파트 경비노동자 겸직 사항은 환경관리·분리수거·주차관리·택배보관 네 가지가 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국토교통부와 노동부·경찰청, 노동계와 주택관리사협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가 모여 입법추진 과정을 논의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경비업법상 경비업무 외 업무가 금지돼 있지만 아파트 입주자와 갈등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이를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노동부는 아파트 관리원을 겸직이 가능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위치에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석 서울일반노조 조직차장은 “지난 6월30일 간담회 자리에서 노동부는 국토부 시행령을 본 이후 노사 현장의견까지 접수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며 “곧바로 의견을 내지 않고 있어 감시·단속적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겸직 가능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될 경우 격일 24시간 교대제를 하는 경비원에게 업무가 가중돼 과로사 위험이 더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상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가 지난해 기준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중 뇌심혈관질병 사망자 수와 경비 및 검표원 직종 가입자 중 뇌심혈관질병 사망자 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비노동자 뇌심혈관계 사망률은 전체 노동자에 비해 6.84배 높다. 2015~2020년 근로복지공단의 경비노동자 과로사 업무상질병판정서 180건을 보면 147건(81.67%)은 경비노동자가 사업장에서 과로사한 채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아닌 일반근로자 전환”

현장 노동자들은 겸직이 허용될 경우 감시·단속직이 아니라 일반근로자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가 야간에 퇴근하고 일부는 당직을 서는 방식이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도 CCTV가 있으니 경비원들이 야간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도 지난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3조2교대제, 당직을 세우는 야간퇴근제, 겸직을 하지 않는 경비원 일부에 한정한 격일제 등 근무시간 개편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정의석 조직차장은 “경비원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되면 이제까지 못 받던 주휴수당과 초과근로수당 등을 받게 되면서 인건비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노동부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놔두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2일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승인제도가 국감 이슈가 될 것이라고 봤다. 입법조사처는 “승인제도는 근로자 건강과 직결된 근로시간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임에도 구체적 운영 방법과 기준이 미흡하고, 구체적 실태점검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감시적 근로자에서 일반 근로자로 전환하는 근무체계 개편을 유도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이행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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