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플랫폼 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기존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평가와 달리 플랫폼 노동자 한 명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1.6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는 규모인 데다가 노동자들이 플랫폼업체에 강한 사용종속관계를 가지고 일하는 현실을 참작해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플랫폼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함께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음식배달노동자 1.1개 프로그램 이용

이들 단체는 플랫폼 노동자 고용안정 문제에 비해 소홀히 취급받는 건강권을 주제로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올해 6월 음식배달노동자 250명, 대리운전노동자 250명 등 지역기반형 플랫폼 이동노동자 총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 노동자의 97.4%는 남성이었고 여성은 2.6%에 불과했다. 발제를 맡은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달노동이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은 영역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1.6개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었다. 음식배달노동자는 1.1개, 대리운전노동자는 2.1개였다. 특히 음식배달노동자의 96.0%는 1개를, 대리운전노동자 69.6%가 2개 이하 플랫폼을 사용했다. 장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는 진입이 자유로운 특성상 다수의 플랫폼을 활용해 일감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실상은 달랐다”며 “특히 플랫폼노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가격은 전적으로 플랫폼업체가 결정함으로써 플랫폼 이동노동자는 플랫폼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결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1시간이었다. 음식배달노동자는 58.5시간, 대리운전노동자는 49.6시간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임금노동자 주당 평균 노동시간(40.7시간)보다 10시간가량 많이 일한다.

장시간 노동은 건강을 갉아먹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 4명 중 1명(25.7%)은 최근 1년 사이 근골격계·호흡기계·소화기계 통증을 경험했다.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한 비율은 평균 60.8%였는데, 특히 대리운전노동자가 경험(82.0%)이 많았다.

우울증 우려, 우리나라 평균보다 2배 높아
공제회 통한 ‘건강검진 지원, 이해대변’ 제안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리운전노동자 44명과 배달노동자 4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한 결과를 발표했다. 뇌심혈관계 위험 판정 수준을 살펴봤더니 중증도 위험군이 33%였고 즉각적 조치가 필요한 최고위험군도 17%나 됐다. 대리운전노동자 2명 중 1명(50.0%)은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우울증을 진단했더니 가벼운 우울증상이 우려되는 비중이 11.2%로 나왔다. 우리나라 평균 우울증 유병률(5%)보다 2배 이상 높다.

윤 교수는 “플랫폼 이동노동자는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으로 인해 고객으로부터의 폭언이나 욕설에 노출되지만 대응방법이 없어 직무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뇌심혈관계 질환과 대사증후군에 대한 즉각적 개입, 야간노동으로 인한 불면증과 위장관계 질환 예방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위한 보건관리 기능은 현재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플랫폼 이동노동자의 건강권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공제회를 통한 지원을 꼽았다. 건강보험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건강검진 외에 플랫폼 이동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호흡기계 질환을 검진할 수 있도록 공제회가 예산을 지원하고, 이동식 건강검진센터나 거점형 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해 검진받을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플랫폼 노동자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공제회를 설립·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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